야당 불참에 '반쪽'된 시정연설…얼어붙는 정국
손팻말 들고 침묵시위 펼쳤지만…野 "尹 쳐다도 안 봐" 분통
검은 넥타이 맨 이재명…"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
尹 정부 첫 예산안 심사 시작부터 난항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본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대장동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박준이 기자, 권현지 기자] 25일 국회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불참으로 인해 ‘반쪽’으로 전락했다. 여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18분 동안 19차례의 박수로 화답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하고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규탄 구호 및 침묵시위로 대통령을 맞았다. 고강도 사정으로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좌우로 도열해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의미의 손팻말을 들고 입장하는 윤 대통령을 향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윤 대통령 입장 전 "민생외면 야당탄압,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 "국회모욕, 막말욕설 대통령은 사과하라!" 등의 규탄 구호를 외치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입장하자 ‘침묵시위’로 맞섰다. 하지만 이에 윤 대통령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일부 의원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헌정사 최초의 시정연설 보이콧을 택한 것은 최근 이재명 대표의 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점차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는 당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 대표가 ‘대장동 특검’을 제안하고, 민주당이 이미 시정연설 보이콧까지 시사했음에도 전날 검찰이 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강행한 것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날 시정연설 전 의원총회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이 대표는 "이번 사태는 정상적인 정치를 거부하고 국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시정연설뿐 아니라 윤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의 사전환담에도 불참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에 대한 날 선 비판을 가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시정연설 보이콧을 강력히 비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20년 이상 정치하면서 대통령의 새해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야당이 이렇게 무성의하게 대한걸 본 적이 없다"면서 "국민을 향한 연설이다. 새 정부의 예산안 첫 시정연설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제1야당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시정연설은 (정부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정부의 입장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자리"라며 "야당이 마치 시정연설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특권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치 사안과 연결 지어 보이콧을 선언하는 것은 너무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국회법상 의무마저도 저버리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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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경제·안보 위기 극복에 여야가 따로 없다"며 "국회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지만 여야 간 협치 실마리는 사라졌다는 평가다. 이날부터 본격 시작된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오는 12월 2일로 예정된 법정시한을 맞출 수 없을 가능성이 커졌다. 법정 시한을 맞추기 위해서는 내달 말까지 심사를 마쳐야 하는데, 예산 심사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돼 졸속 심사나 심사 파행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 세제개편안 등 윤 정부 대선공약 역시 국회에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여당은 졸속 심사나 대선 공약 처리 무산 등을 야당 책임으로 돌릴 수 있고, 야당은 책임론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 있어 양당 간 정치적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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