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신호등 적색 상태에서 횡단보도 건너 … 1차로 차량에 피해자 가려
재판부 “인적 드문 시간에 육교 있는 왕복 6차로 무단횡단 예상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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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보행신호등 적색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가 무죄 선고를 받았다.


울산지방법원 형사5단독(판사 한윤옥)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 이른 아침 경남 양산시의 왕복 6차선 도로를 운전해 지나던 중 80대 보행자 B씨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당시 A씨는 제한속도 70㎞를 준수하며 주행 중이었고, B씨는 보행신호등이 적색인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A씨 차량은 2차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1차로를 달리던 차량에 B씨의 모습이 가려지는 바람에 보행 중인 B씨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횡단보도 근처에는 육교도 함께 있었다.


재판부는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볼 때 A씨가 B씨의 보행 사실을 알아채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한윤옥 판사는 "인적이 드문 시간에 누군가 육교가 있는 왕복 6차로를 무단횡단하리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1차로에 있는 차량이 피해자 앞에서 급제동했다고는 하지만, 그 차량에 가려 피해자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대응을 하기란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와 달리 지난달 비슷한 사고를 낸 운전자가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소형 화물차 운전자인 C씨(55·남)는 지난 5월7일 서울 관악구의 한 편도 2차로 도로에 시속 30㎞로 좌회전 해 진입하던 중, 보행자 적색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80세 노인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민수연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금고(교정시설에서 노역을 강제받지 않는 형벌)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민 판사는 "(피고인의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무거운 결과가 발생했고, 피고인은 2001년, 2009년 각 교통 범죄로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며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피해자가 보행자 적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넌 점, 피해자 유족과 원만하게 합의해 유족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 양형조건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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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교통사고처리법 제3조 1항은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망·상해에 이르게 한 운전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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