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끌려갔던 아이들…선감학원에선 무슨 일이
1942~1982년 운영됐던 선감학원
폭력·노동착취에 노출된 10살 안팎 아이들
부랑아 아님에도 끌려와…많이 잡아오면 지자체 차원 보상도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지난 20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을 결정한 '선감학원 사건'은 아동 인권 유린으로 점철된 부끄러운 역사였다. 1942년부터 1982년까지 선감학원에 있던 아이들은 상상하지 못할 노동 착취와 폭력에 노출돼 있었다.
선감학원은 1942년 일제가 도시 빈민인 아이들을 한 곳에 수용해 교화하고자 경기도 안산의 선감도에 만든 아동수용시설이다. 이 시설은 광복 이후 독재정권이었던 국가와 경기도의 주도 하에 1982년까지 운영됐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한 수용기록은 총 4689건이다.
아이들은 이 시설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기초교육을 받아야 할 시기에 아이들은 새벽까지 교대 근무를 하며 중노동을 버텨야 했다. 이들은 선감도에 나무를 심거나 선착장에 내려진 쌀과 소금 등 무거운 물건들을 옮겼다. 아울러 돼지나 누에를 기르고 염전을 관리하기도 했다. 당시 선감학원 이를 '직업교육'이라고 칭하며 아동들에게서 노동을 착취했다.
아동 관리는 폭력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말한 노동을 할 때 조금이라도 딴청 피우면 매가 날라오기 십상이었다. 경기도의회 자료에 따르면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들은 선생님에게 매를 맞았으며 몽둥이 소리에 두려워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선생님뿐만 아니라 아이들끼리도 폭력을 가한 흔적이 있다. 군대식 문화를 가진 탓에 아이들 사이에 소위 '계급'이 생겨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약해보이지 않기 위해 타인에게 잔인하고 조직적인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그 결과는 탈출이다. 진실화해위 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의 퇴원 사유는 무려 17.8%다. 하지만 10살밖에 안 되는 아이들이 건너기엔 바다는 깊었다.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들은 당시 탈출에 실패해 떠내려온 친구들의 시신을 자신의 손으로 묻었다고 증언한다. 탈출을 해도 문제였다. 인근 주민들이 선감학원 수용 아동인 것을 파악하고 붙잡아 강제노동을 시켰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선감학원에 신고하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진실화해위의 조사에 따르면 한 아이는 탈출 후에 미성년자였음에도 유흥음식점에서 일을 했다.
폭력·노역 시달린 선감학원 아동들…부랑아가 아님에도 끌려왔다
부랑아들만 지옥 같은 선감학원에 온 것은 아니다. 운이 나쁘면 멀쩡히 부모님이 계시는데 경찰이나 공무원에 붙잡혀 선감학원에 오게 됐다. 피해자들은 부모님 또는 형제가 있으니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당시 경찰과 공무원은 이를 믿지 않고 아동수용시설에 보내버렸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선감학원에 수용된 아동 가운데 절반 이상은 보호자 동의 없이 선감학원으로 끌려오게 됐다.
당시 경기도 부랑아 단속 실무자들은 단순히 겉모습만 보고 부랑아로 판단한 것으로 진술했다. 1972년부터 1982년까지 아동복리지도원으로 근무했던 임모씨는 "부랑아는 종합하면 가정이 불우해서 떠돌아다니는 아동이다. 집이 아니라 외부에서 잔다든지, 밥을 얻어먹으러 다닌다든지, 의복이 남루하다든지 등을 종합해 외모를 보고 부랑아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은 "나중에 공무원들에게 부랑아를 잡아와야 할 할당이 주어져 있었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포상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 오광석씨는 어머니와 두 동생이 있었지만 부랑아로 판단돼 선감학원 수용됐다. 그는 지금까지도 가족들을 보지 못했다. 국가가 가족을 갈라버린 셈이다. 오씨는 "당시 기차를 타고 대전역에 내렸고 다시 집 가려 했는데 파출소로 가게 됐다"며 "그 길로 바로 선감학원에 보내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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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국가의 사과를 촉구했다.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 한일영씨는 "김동연 경기지사로부터 사과를 받았지만 아직 국가로부터는 사과 받지 못했다"며 "현 정부에서라도 선감학원 피해자들에게 국가 차원의 사과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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