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넥실리스 정읍 5,6공장 완공 후 양산 돌입
유럽·북미 등 글로벌 동박 생산체제 확대 추진
박원철 대표 "치열한 배터리 전쟁에 총알 공급 역할"

SKC의 이차전지용 동박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 관계자들이 정읍공장에서 생산한 동박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0년 동박사업을 인수한 SKC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SKC의 이차전지용 동박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 관계자들이 정읍공장에서 생산한 동박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0년 동박사업을 인수한 SKC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정읍=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머리카락보다 얇은 황색 동박이 지름이 3m를 넘는 커다란 제박기 드럼에서 끊임없이 밀려 나왔다.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는 제박기는 3박4일 동안 길이 77㎞의 동박을 만들어 냈다.


전상현 SK넥실리스 생산본부장은 "서울에서 천안까지 거리에 맞먹는 길이로 SK넥실리스가 가진 동박 생산 기술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동박을 더 얇고, 길고, 넓게 만들기 위해 15년 전부터 개발해온 기술이 지금 빛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박을 만져보니 일회용 비닐보다 얇고 가벼웠지만 완성된 동박 롤의 무게는 6t에 달했다. 그만큼 동박을 길게 만들기 위해 잘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SK넥실리스만의 기술력이라는 설명이다.

수십년간 주력사업이던 필름소재 부문을 매각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는 SKC의 배터리 소재 동박사업을 이끄는 SK넥실리스 정읍공장을 11일 방문했다. 지난해와 올해 완공된 5,6공장에서는 완성된 동박 롤이 자동크레인과 무인운반차에 실려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일부 공정을 자동화로 전환하면서 생산 능률은 더욱 올랐다.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에 음극집전체로 사용된다. SK넥실리스가 만든 동박을 배터리 업체들이 가져다가 가루로 된 음극재를 입혀서 음극을 만들게 된다. 동박이 얇을 수록 배터리의 무게가 줄어 전기차 중량을 낮출 수 있다. 또 길이가 길면 배터리 생산 효율을 높이고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넓이가 넓을수록 고객사의 주문대로 동박을 납품할 수 있다.

SK넥실리스는 2019년 머리카락 30분의 1 수준의 두께인 4㎛(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배터리용 동박을 30km 길이로 양산하는 데 성공한 데 이어 2020년에는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가장 길고 폭이 넓으며 얇은 동박 제조'로 최고기록 공식 인증을 받았다. SKC는 SK넥실리스를 지난 2020년 인수하면서 5,6 공장을 건설해 생산능력을 3만4000t에서 5만2000t으로 늘렸다.


동박은 폐구리선을 황산으로 녹이는 용해공정과 구리용해액에서 구리 이온을 전기가 흐르는 대형 드럼에 부착하는 제박공정, 다양한 폭으로 롤을 만드는 슬리팅(slitting) 공정으로 이뤄진다. 전 본부장은 "전기도금 원리로 제박을 하는데 상당히 오래된 기술"이라면서도 "화학첨가제나 전기 부하를 조절하거나 드럼의 회전속도를 맞추는 등 여러 독자 기술을 통해 고객사들이 요청하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고객사는 국내 배터리 3사를 포함해 중국의 CATL과 일본의 파나소닉 등 글로벌 배터리업체들이다. 세계 톱 5개 배터리사로 납품하는 제품의 점유율이 95%에 달한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 늘어나면서 동박 수요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전경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전경

원본보기 아이콘



이에 SK넥실리스는 현재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와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 각각 연산 5만t 규모의 동박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정읍 5,6공장의 최신 설비를 본떠 업계 최고 수준의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또 연내 미국과 캐나다 지역 2곳에 공장 부지를 확정하고 공장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다.


글로벌 생산체제를 완성하는 오는 2025년까지 동박 생산설비를 연산 25만t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동박 5만t은 전기차 150만~200만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3년 후에 최대 1000만대 생산 설비를 확보하게 된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현지 지역 정부의 인센티브와 전력비용, 현지 우수인력 확보 여부, 고객사와 거리 등을 고려해서 부지를 확정할 것"이라며 "연내 착공 여부는 100% 장담하기 어렵지만 2025년 양산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반도체, 친환경 등 3대 소재부품 사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SKC는 지속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업 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올 6월 모태사업인 필름사업 매각대금과 KDB산업은행으로부터 5조원 등을 확보했다.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는 작년 11월 영국 기업 넥세온에 투자하면서 동박에 이어 차세대 음극재로 꼽히는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진출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소재부품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반도체 글라스기판 투자를 결정, 오는 4분기 착공을 앞두고 있다. 친환경 소재 사업에서는 협력 전략을 택했다. LX인터내셔널과 친환경 생분해 소재를 추진하며, 생분해 라이멕스를 일본 유니콘기업 티비엠사와 개발했다.


박원철 SKC 대표는 "지금도 큰 규모의 M&A를 생각하고 있는데 지금은 좀 주춤하지만, 내년 이후에는 M&A 장이 좋을 거라고 보고 사이즈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표는 "세계 동박업계는 전쟁터와 같다"면서 "고객사인 배터리 3사가 세계 시장에서 전쟁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총알을 공급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박업계를 선도하는 업체로써 한국 배터리 업체들을 잘 지원하는 공급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AD

한편 이날 국내 2위 동박제조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를 롯데케미칼이 인수한 것에 대해서 박 대표는 "우리도 동박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지만 마음대로 증설할 수 없는 제한요소가 있어 안타깝다"며 "롯데가 일진머티리얼즈를 통해 동박업계에 나와주면 국내 배터리 업체 경쟁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보고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르포]"머리카락 30분의1 두께 동박 77㎞ 뽑아내"…배터리소재 뛰어든 SKC 원본보기 아이콘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