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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냐 이자냐…이창용 한은 총재의 선택은

최종수정 2022.09.26 12:00 기사입력 2022.09.26 11:06

소비자물가 상당기간 5~6%대 높은 오름세
원·달러 환율 1420원 돌파
환율 상승 지속시 물가상승압력 작용
베이비스텝땐 자금이탈 가능성
政 가계부채·국내경기 우려에
빅스텝 자제 우회적 요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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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20원 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미국의 고강도 긴축 공포에 원화가치가 속절없이 추락함에 따라 추가 빅스텝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당분간 5%를 상회하는 고물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리인상 폭을 더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빅스텝 시 대출자들의 이자폭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현안 보고를 하면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추가적인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앞서 지난 22일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다소 낮아졌으나 여전히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집중호우·태풍 등의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다 최근 식품업계의 도미노 가격인상으로 식료품 가격은 치솟고 있다. 개인서비스 물가가 상당기간 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에 대한 상방 압력도 확대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약 13년 6개월 만에 1420원을 돌파한 26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9.20포인트(1.28%) 내린 2260.80에 개장해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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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고공행진하는 환율은 가뜩이나 높은 국내 물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미 달러화 강세, 중국·일본 통화의 약세 등으로 지난 22일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뚫은 데 이어 이날 1420원선을 가볍게 돌파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직접투자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426억7000만달러에 이르는 등 해외투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해외증권투자가 388억2000만달러(국제수지 기준)에 달하면서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자 한은과 국민연금은 지난 23일 100억달러 외환스와프 거래를 실시키로 합의했지만 환율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급등하는 환율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과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면서 "원화 약세는 향후 수입 물가 상승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 강화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때마다 물가 상승률은 0.06%포인트 높아지고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은 3~4분기 시차를 두고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코로나19 위기 회복 과정에서 공급 병목과 전반적 물가 오름세 확대가 겹쳐 기업이 가격을 전가하려는 경향이 과거 저물가 시기보다 강해졌다"면서 "환율의 물가 전가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환율 상승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연말까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만 대응할 경우 한미간 금리차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출 가속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지난 3월 미 Fed의 금리인상 이후 주식자금을 중심으로 17억7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채권자금은 대체로 순유입을 이어가고 있으나 유입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축소돼 지난달에는 13억1000만달러 순유출을 나타냈다.


단기외채비율도 2012년 이후 10년 사이 최고치로 상승했다. 올 2분기 기준 단기외채비율은 41.9%로 2012년 2분기(45.5%)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기외채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70%대까지 오른 바 있다. 단기 외채가 많으면 해외 투자금이 순식간에 빠져나갈 수 있어 경제 전반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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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부는 빅스텝 자제를 우회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미국과 (국내) 금리 격차가 커지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금리 인상을 가파르게 쫓아가자니 국내 경기 문제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 여러 대출자들이 금리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757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날 이 총재는 "향후 물가경로상에는 국제원자재 가격 추이와 관련해 지정학적 리스크, 이상기후 등에 따른 상방리스크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하방리스크가 혼재해 있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주요 통화의 움직임과 과도하게 괴리돼 쏠림현상이 심화될 경우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극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이에 대해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하회하거나, 명목실효환율의 절하 추세가 갑자기 안정적으로 변하는 상황이 오면 한은이 기존 0.25%포인트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 있으나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한은이 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해 미국과 과도하게 큰 정책 금리 차이를 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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