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EU 가스공급 중단, 韓 조선·반도체·자동차 생산차질 우려"
한은, 국내산업 리스크 점검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올겨울 러시아의 유럽연합(EU) 천연가스 공급 전면 중단과 광범위한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는 대(對)EU 수출둔화 등 거시경제 리스크뿐만 아니라 에너지 수급불안, 핵심 자본재·중간재 공급차질 등 산업 차원의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15일 BOK이슈노트 '러시아 가스공급 중단 관련 EU 생산차질 및 국내산업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고 그간 적극적인 글로벌가치사슬(GVC) 참여로 해외 공급망 충격에 상당 부분 노출된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리스크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제산업연관 분석에 따르면 EU 성장률 1%포인트 하락 시 우리나라의 대EU 수출은 1.24%포인트, 총수출은 0.19%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EU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24%를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으며, 천연가스 사용량의 36%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러시아의 대EU 가스공급 규모(일평균)는 지난해의 20% 수준까지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 시 향후 1년간 EU 경제성장률이 0.4~2.6%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경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재고가 예년 평균 수준을 상당폭 하회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가스공급 중단과 겨울철 수요 확대가 맞물릴 경우 각국의 LNG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국내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
주요 LNG 수출국인 호주의 경우 국내 수입비중이 21%에 달하는데 호주가 수출제한 조치를 검토하는 등 향후 수입여건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천연가스 도입가격 상승 시 관련 공기업 등의 수익성 악화와 전기가스요금의 추가적인 인상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천연가스 등을 생산원료로 사용하는 실리콘·웨이퍼·비료 등 화학제품은 생산원가 부담이 가중된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인 조선·반도체·자동차 등의 생산차질도 우려된다. 반도체장비·선박엔진 등 일부 자본재와 중간재는 EU의존도가 높은 데다 대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주요 기업은 핵심 반도체제조용장비(EUV)를 네덜란드 ASML사에서 전량 수입하는데, ASML 역시 EUV의 부품인 렌즈 등 광학기기를 독일 칼자이스사에서 독점 공급받고 있어 독일 부품의 공급차질은 네덜란드 EUV 생산차질로 직결된다.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 김남주 차장은 "반도체장비 수입이 우리경제의 생산능력(설비투자)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유럽 내 생산차질 발생시 국내 설비투자도 크게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동차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점유율 1~2위 기업인 독일 인피니온과 네덜란드 NXP의 생산차질 발생시 글로벌 차량용반도체 수급불균형을 심화시켜 국내 완성차 생산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화학 업종의 경우 주요 원료인 나프타 가격의 추가 상승은 수익성 악화를 심화시키며, 철강 업종은 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에 따라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원가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이밖에 우리나라의 수입규모, 수입대체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EU국가 중 독일의 생산차질이 국내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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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차장은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에 따른 경제충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수급안정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 경제에 영향이 큰 수입 품목들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재고 확보, 수입선 다변화, 해외 공급망 정보 확충·공유 등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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