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소녀상 앞 갈등의 골…경찰 향하는 불만
반일행동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해임 촉구…고소·고발 예정"
보수단체 역시 "선순위 집회 보호하지 않은 경찰, 직무유기 해당"
불만 쌓이지만…전문가들 "현 집시법으론 경찰 움직이기 어렵다"
14일 '반일행동'은 서울 종로구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친일행각 윤성열 무리 청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철저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극우단체의 소녀상 테러 행위를 방치했다며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14일 오후 12시께 '반일행동'은 서울 종로구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친일행각 윤성열 무리 청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철저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시간 4개 보수단체들도 소녀상에서 20걸음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같은 공간에서 한 단체는 '친일 세력 척결'을, 다른 단체는 '좌파 세력 척결 및 위안부(일본군 성노예제) 사기'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소녀상 인근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 11일 반일행동과 보수단체 '신자유연대'가 충돌했기 때문이다. 당시 반일행동 회원들은 소녀상을 둘러싸고 있었다. 오후 10시께 신자유연대 회원 15명가량이 소녀상 앞에서 기습 집회를 열면서 반일행동 회원들이 반발한 것이다. 몸싸움이 일어나면서 집회 참가자 한 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아울러 경찰을 밀친 반일행동 회원 한 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들의 갈등은 오랜 기간 지속됐다. 보수단체들은 2020년 5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후원금 유용 의혹이 불거지자 소녀상 인근서 철거를 외치거나 "위안부는 사실상 매춘부다"라는 등 모욕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이에 희망나비·진보학생연대·실업유니온·민중민주당학생위원회 등 청년 단체로 구성된 반일행동은 2020년 6월23일부터 소녀상 앞에서 연좌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다른 단체의 집회를 막지 않는다고 불만은 내비쳤다. 반일행동은 경찰이 반인륜적 발언을 일삼고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보수단체의 집회를 막지 않고 용인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반일행동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은 테러를 자행한 극우단체를 제지하지 않고 반일행동 회원을 공무집행방해하고 경찰을 폭행한 폭도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일행동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해임을 촉구하고 향후 고소 및 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신자유연대를 비롯한 보수단체는 자신들이 집회 선순위 단체인데 경찰이 집회 보호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 시민단체들은 보수단체의 집회 신고를 집회 방해를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경찰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 1월 인권위는 경찰에 긴급구제조치를 통해 수요시위에 방해되지 않도록 보수단체의 집회 장소 및 시간을 달리하도록 권유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폴리스라인 설치 및 소음 기준 측정 등 소극적으로만 움직이는 상황이다.
적극적이지 않은 경찰에 양쪽 모두 불만은 쌓이지만 쉽사리 움직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라는 가치를 우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을 고치지 않는 이상 경찰이 소녀상 앞 집회에 개입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집시법은 주거 지역에서의 집회만 제한을 두고 있는데 상업 구역으로 확대한다면 경찰의 개입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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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방치한 정치권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적극 개입하더라도 반대편이 극렬히 항의할 게 분명하기 때문에 조율과 설득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경찰의 공권력 집행이나 법으로 따질 게 아니라 정치권이 나서서 양쪽의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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