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반환 인정한 2심 판결 뒤집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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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상가 임차인의 일방적인 사정으로 계약이 해제됐다면 비록 개점도 하기 전에 계약이 해제됐더라도 임대인에게 지급한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 상가 건물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2000만원의 권리금을 돌려달라며 낸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권리금에 대한 기존 대법원 판결을 원용해 "영업용 건물의 임대차에 수반돼 행해지는 권리금의 지급은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것은 아니고, 권리금은 거기의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또는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일정 기간 동안의 이용대가라고 볼 것이어서, 그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수 또는 약정기간 동안의 이용이 유효하게 이뤄진 이상 임대인은 그 권리금의 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이어 "따라서 임대인이 그 임대차의 종료에 즈음해 그 재산적 가치를 도로 양수한다든지 권리금 수수 후 일정 기간 이상으로 그 임대차를 존속시켜 그 가치를 이용케 하기로 약정했음에도 임대인의 사정으로 중도 해지됨으로써 약정기간 동안의 그 재산적 가치를 이용하게 해주지 못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만 임대인은 그가 받은 권리금 전부 또는 일부의 반환의무를 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 "원고(임차인 A)는 스스로 상가 입점을 거절했고, 특히 원고가 직접 입점하지 못하는 경우 제3자에게 전대할 권리를 사전에 보장받았음에도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라며 "피고(임대인 B) 측의 사정으로 이 사건 상가의 재산적 가치를 양도할 수 없었다거나 이를 이용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대한 주장·증명이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칙적으로 원고에게 권리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와 달리 원심은 원고가 계약금 포기에 의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서도,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해제됨에 따라 권리금계약 또한 해제됐다는 이유만으로 피고가 권리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앞서 본 대법원 판결에서 표명된 견해에 위배되므로, 원심판결에는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2호에서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상고 및 재항고) 2호는 소액사건에 대한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의 2심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경우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를 규정하고 있다.


A씨는 2016년 4월 15일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동에 신축된 아파트 상가건물 내 B씨의 상가를 부동산 중개사무소로 쓰기 위해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임차보증금 3500만원에 월차임을 170만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350만원과 함께 2000만원의 권리금을 B씨에게 지급했다. 잔금 3150만원은 입점지정기간 내에 지급하기로 했는데, A씨가 권리금 반환 소송을 낸 이후 2017년 12월 29일부터 2018년 3월 1일로 입점예정일이 지정 공지됐다.


두 사람 간의 계약에는 ▲상가 소유권 변동 등의 사유 발생 시에도 임대차계약은 새로운 임대인에게 동일조건으로 승계돼야 한다 ▲본 계약은 배액배상 등의 사유로 해지 안 되는 조건임 ▲임차인 사정으로 입점이 불가능한 경우 임차인은 제3자에게로 전대가 가능하며, 임대인은 추인키로 한다는 특약이 포함됐다.


그런데 A씨는 2017년 12월 11일 B씨에게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제하였으므로 이 사건 권리금의 반환을 구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뒤 지정된 입점예정기간이 다가왔는데도 입점하지 않았다.


A씨는 계약서상 '배액배상 등의 사유로 해지가 안 된다'는 특약은 임대인인 B씨의 해제권만을 제한할 뿐 임차인인 자신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B씨가 A씨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은 뒤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특약사항 제2항으로 계약금의 포기 또는 배액상환에 의한 계약해제권을 배제했으므로 A씨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문서를 보내 권리금 반환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그리고 B씨 역시 1심 재판 도중인 2018년 5월 16일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해 A씨의 임차보증금 잔금 미지급 및 미입점 등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A씨와 B씨 두 사람 모두 임대차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표시의 합치가 있었고, A씨가 이미 지급한 계약금 350만원을 포기하겠다고 한 만큼 재판의 쟁점은 A씨가 이미 지급한 2000만원의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에 집중됐다.


통상 권리금은 점포의 시설이나 점포 위치에 대한 영업상 이익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것인데, 개점도 하지 않아 영업상 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한 채 계약이 해제됐다면 당연히 돌려받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A씨의 주장이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 간 계약서에 있는 '계약금 배액배상 등의 사유로 해제가 안 된다'는 조항은 임대인인 B씨의 해제권만을 제한하는 조항이라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A씨 역시 재판 도중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해 해제의 의사표시를 한 만큼 두 사람 사이에 계약 해제에 대한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봤다.


그리고 권리금과 관련 "권리금이란 점포의 시설, 비품 등 유형물은 물론 점포 위치에 대한 영업상 이익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 또는 일정기간 이용한 대가로서, 임차인으로서는 위치가 좋은 곳일수록 장기간 약정기간을 둬 이득을 회수하는 기간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주로 임대인에게 교부하는 것"이라며 "정상적인 회수기간 즉 영업기간이 있는 것이 전제로 돼야 반환 여부의 분제가 발생하지 아니할 뿐이다"라고 전제했다.


이어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개점조차 하지 않은 점포의 경우는 계약이 무효로 된 이상 원상회복의무가 발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B씨에게 2000만원의 권리금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계약서상 약정해제권 배제 특약 때문에 A씨의 해제권 행사는 유효하지 않다고 봤다. 다만 A씨에 이어 B씨도 해제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두 사람의 합치된 의사에 따라 계약은 묵시적으로 해제됐다고 봤다.


다만 2심 재판부는 B씨가 권리금을 반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1심 재판부와 달리 임대차계약과 권리금계약은 불가분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들었다.


2심 재판부는 "임차권양도계약에 수반돼 체결되는 권리금계약은 임차권양도계약과는 별개의 계약이지만 위 두 계약의 체결 경위와 계약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권리금계약이 임차권양도계약과 결합해 전체가 경제적·사실적으로 일체로 행해진 것으로서, 어느 하나의 존재 없이는 당사자가 다른 하나를 의욕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그 계약 전부가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원용했다.


이어 "이 사건 권리금계약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과 결합해 그 전체가 경제적·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해진 것으로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해제됨에 따라 이 사건 권리금계약 또한 해제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해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결론 내렸다.


비록 이유는 다르지만 B씨가 A씨에게 이미 지급받은 권리금과 이자를 반환해야 한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1심 판결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B씨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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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재판부의 결론을 뒤집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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