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가 거문고를? K-아이돌이 한국을 알리는 방법

블랙핑크·BTS…뮤직비디오에 '전통 한국 문화' 알려
한국 문화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효과
변형·변질 우려 목소리도

오는 19일에 컴백하는 블랙핑크 '핑크 베놈' 뮤직비디오 티저의 한 장면으로 자개네일을 한 여성이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 블랙핑크 유튜브 캡처

[아시아경제 문화영 인턴기자] 19일 정규 2집 '핑크 베놈(Pink Venom)'으로 복귀하는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검은 천을 두른 인물이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으며 이는 곧 강렬한 비트로 연결된다. 그뿐만 아니라 멤버 중 한 명으로 보이는 여성의 네일아트는 자개무늬이며 배경은 앙부일구를 모티브로 한 시계추가 있어 '한국형' 뮤직비디오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아이돌이 한국적 요소가 담긴 콘셉트와 의상 소품을 뮤직비디오와 노래에 사용해 전통 한국 요소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에 팬들은 "한국 문화를 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복은 변형이 심하고 일부는 전통을 담았다고 볼 수 없다"며 지적하고 있다.

◆ 아이돌에게는 '한국풍'이 하나의 트렌드

최근 음악과 일상 속에서 한국의 미(美)를 담는 아이돌 그룹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뮤직비디오와 의상, 세트장, 소품 등을 이용해 한국 문화를 나타낸다.

지난 2020년 블랙핑크의 '하우 유 라이크 댓 (How you like that)'은 한국 전통 문양이 새겨진 저고리와 한복 치마가 메인 의상이었다. 또 당시 멤버 지수의 네일아트는 훈민정음이었다. 실제로 블랙핑크는 NBC TV '더 투나이트 쇼 스타링 지미 팰런(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에서 한복을 활용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섰다. 이후 유튜브에서 해외 팬들이 개량한복을 입은 채 커버댄스를 추는 영상을 올라왔으며 'hanbok' 검색어 관심도가 100점 만점 중 50점에 불과했지만 방송이 나간 뒤 98점까지 치솟기도 했다. '뚜두뚜두(DDU DU-DDU DU)' 활동 당시에는 기와를 뮤직비디오 배경으로 사용했다.

방탄소년단(BTS)은 2018년 'IDOL'의 콘셉트와 의상 소품에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으며 국악을 노래에 녹여냈다. 당시 뮤직비디오에 한국 건축물을 사용했고 북청 사자놀이 이미지를 등장시켰다. 또한 가사에는 굿거리장단 '덩기덕 쿵더러러러'와 '얼쑤' 같은 추임새를 넣었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2018년 MAMA (Melon Music Awards)에서 제이홉은 삼고무, 지민은 부채춤, 정국은 봉산탈춤을 선보였다. 춤추는 멤버들 뒤로는 상모돌리기와 사자놀이가 진행돼 아이돌 무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퓨전 국악 무대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2018년 MAMA에서 지민이 부채춤을 추고 있는 모습으로 다른 멤버인 제이홉은 삼고무, 정국은 봉산탈춤을 선보였다. 사진 = Melon 멜론 유튜브 캡처

이 밖에도 빅스(VIXX)의 '도원경'은 오직 한국어로만 된 가사와 가야금으로 시작해 한국의 미를 보여줬고 무대 소품으로 부채를 활용했다. 원어스(ONEUS)도 2019년 발매한 '가자' 이후로 두번째 한국풍 서사가 담긴 '월하미인'을 발표해 판소리와 양주별산대놀이 탈을 뮤직비디오에 등장시켰다.

◆ 한국 문화 알릴 수 있어 vs 변형된 것은 우리 문화라고 할 수 없어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티저 댓글에는 "세련되게 잘 표현했다", "자개 네일 예뻐서 나도 해보고 싶다" 등이 달렸다. 영상에 등장하는 거문고는 고구려에서 유래된 한국의 전통 현악기라는 점에서 "뮤직비디오 시작부터 '동양풍', '중국풍'이라는 말이 나오지 못하게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한복의 경우 아이돌이 설·추석 등 명절에만 입고 나왔던 과거와 달리 앨범과 뮤직비디오에서 입으면서 '대중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아이돌 무대의상으로 저고리 깃과 고름, 노리개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이돌이 입은 한복은 변형이 심해 전통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른바 한복의 정통성을 두고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시대 흐름에 맞춰 바뀐 한복도 우리 문화"라는 주장 하는가 하면, 또 다른 누리꾼은 "일반 옷에 더 가깝다. 한복이 무슨 크롭 티냐"와 같은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통이 퇴색되고 있다", "국뽕(국수주의, 민족주의가 심해 타민족에 배타적이고 자국민이 최고라고 여기는 행위나 사람)을 일부러 넣는 것 같다"는 견해도 있다.

블랙핑크가 'How you like that' 활동 당시 입은 한복으로 고려시대 무관의 옷인 철릭과 저고리, 가슴가리개 등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개량한복이다.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전문가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K-POP 아이돌이 우리나라 문화를 알리는 것은 긍정적 영향이 있다면서도, 전통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한류 4.0시대의 시작으로 일상생활 문화와 한국의 고유문화가 결합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한국 문화가 유니크하고 차별화된 모습으로 보여 신선하다"고 말했다. 또한 "패션과 트렌드를 주도하는 아이돌이 한국 문화의 진정성을 알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그러나 문화의 원형 및 본질을 잃지 않도록 병행과 상생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