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할 말 한다'고 했던 與 대표의 '사적대화'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주고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양쪽 모두 그동안 내놨던 발언과 상반된 표현이 담겼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며 메시지를 보냈고 권 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든 체리 캐릭터 이모티콘으로 권 대행이 보낸 긍정의 뜻을 표했다.
권 대행은 원내대표 취임 100일을 맞은 기자회견에서 "원내대표로서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직언을 한 적도 있고, 직접 대통령을 만나 자주 소통을 하고 있다"며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원내대표 취임 땐 ‘직언과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메시지 유출로 ‘할 말 하겠다’는 발언과는 달리 대통령을 향한 ‘충성 맹세’를 전 국민에게 알린 꼴이 됐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권 대행이 윤 대통령과의 사이를 과시하고 싶어 메시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내놓는다.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도 무색해졌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부적절하다며 유독 선을 그어온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그간 행동을 내부 총질로 규정한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의 대응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사적 대화로 치부한 게 전부다. 아무리 사적 대화라지만 대통령과 당 대표 대행 간 메시지가 공개된 이상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해보인다. 대통령실 9급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장제원 의원과 권 대행이 나눈 대화는 사적인 영역인가 아니면 공적인 영역에서 이뤄진 것인가. 어느 직책보다 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두 사람이라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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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문가에 따르면 자신과 차이점이 많은 사람보다 학연, 혈연, 지연 등 비슷한 구석이 많은 사람에게 의견을 얘기하면 자기 확신 경향이 커진다고 한다. 말이 잘 통하는 것을 ‘맞는 얘기’로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은 검찰 출신에 동갑이다. ‘당정 하나’를 외치는 모습이 확증 편향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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