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폭염에 일상도 마비…"공동 대응 안 하면 다 죽는다" 기후 위기 경고

열차·항공 등 교통편 줄줄이 지연 및 취소
식당과 술집서도 영업 중단 늘어

18일(현지시간) 런던 중심부를 지나는 지하철을 이용중인 시민들이 신문지를 부채로 사용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한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을 정도로 날씨가 서늘한 영국이 사상 최악의 무더위로 인해 큰 혼란에 빠졌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역대 최고 수준의 폭염으로 교통편 이용에 차질이 생겼다. 영국 철도시설공단(NR)은 안전상 이유로 철도 운행 속도를 제한했고, 노선 운행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복잡한 출퇴근 시간대 역사에서는 열차를 타지 못한 직장인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런던 루턴 공항에서도 폭염 여파로 활주로에 문제가 생기면서 2시간 동안 모든 운항편이 중단됐다.

직장, 학교 등 일상도 마비됐다. 영국 학교 약 200곳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거나 조기 하교 조치를 내렸고, 식당과 술집 등도 영업을 중단하는 곳이 늘어났다. 직장인 상당수는 재택근무에 들어갔고, 야외 작업이 기본인 건설 근로자는 안내에 따라 일찍 귀가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혼란은 영국의 이번 폭염이 평소와 사뭇 다르기 때문에 벌어졌다. 영국의 여름은 맑은 날이 손에 꼽힐 정도로 비가 잦고 선선하다. 때문에 주택 등 건물은 난방에 집중된 구조로 설계돼 냉방에 대한 투자가 거의 없다.

이에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에어컨이 거의 쓸모없는 가전으로 취급되는 영국에선 갑자기 찾아온 폭염으로 인한 피해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영국 기업에너지전략부(BEIS)가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 에어컨을 설치한 가구는 5% 미만에 불과했다. 또 대부분이 이동식 에어컨으로, 우리나라에서 흔한 중앙식 냉방장치는 런던의 일부 고급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영국 정부는 전날 자정을 기해 런던을 비롯한 잉글랜드 지역을 중심으로 역사상 처음 폭염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이날 런던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한낮 최고 기온이 37도를 넘어섰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영국 여름 기온이 공식 관측이 시작된 지난 165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했다.

18일(현지시간) 폭염 속에 물 마시는 영국 런던 버킹엄궁 근위병.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편 세계 곳곳에서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가 관측되자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에 영상메시지를 보내 "나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전세계적인 기후위기에 직면했는데도 다자공동체로서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공동대응이냐 또는 집단자살이냐,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어 "합의된 기후목표를 계속 지키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뢰를 회복하고 함께 대응에 나서야 한다"면서 주요 7개국(G7)과 주요 20개국(G20)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