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학자들 "1년내 경기침체 확률 44%"…금융위기 직전보다 높아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1년 안에 미국에 경기침체가 닥칠 가능성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던 2007년12월보다 높은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 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올 확률'에 대한 답변 평균치가 4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한 번에 금리를 0.75%포인트를 인상하기로 한 직후인 지난 16~17일 진행됐다.
이 같은 답변은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거나 그 직전에나 볼 수 있는 수치라고 WSJ는 평가했다. 2005년 중반 관련 설문조사를 시작한 이후 이 정도의 높은 수치는 나온 적이 거의 없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12월에는 38%,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2월에는 26%였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가 급격히 높아진 것은 41년 만에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 Fed의 금리 인상으로 높아지고 있는 대출 금리, 글로벌 공급망 차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쇼크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내외 악재들이 겹치면서 Fed가 경기 하강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통화정책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는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는 평가다.
이번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한 올해 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연간 상승률 전망치는 평균 6.97%를 기록했다. 이는 4월 조사 결과인 5.52%보다 높은 수준이다. 2023년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4월 2.86%에서 6월 3.26%로 올랐다.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도 지난 4월 2.014%에서 6월에는 3.315%로 뛰어올랐다. 이는 최근 Fed가 28년 만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다음달에도 가능성을 열어둔 탓으로 해석된다.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은 경제성장과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한 올해 미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28%로 4월 조사 결과(2.57%)의 절반에 불과했다. 연말 기준 실업률은 3.7%로 지난 5월(3.6%)보다 소폭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말 실업률 전망치는 4.19%로 집계됐다.
다이와캐피털마켓 아메리카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이클 모란은 "Fed가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라고 내다봤다. 컨설팅회사 EY-파르테논의 수석이코노미스트 그레그 다코도 "미국 경제가 몇 달 안에 가벼운 경기침체로 향할 것"이라면서 "치솟는 금리와 급락한 주가가 구매력을 잠식하고 주택(거래) 활동을 심하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경제가 안정적 성장기로 이행하며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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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고문인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CBS, 폭스뉴스 등에 출연해 경기침체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디스 위원장은 "실업률이 3.6%로 2차 세계대전 이래 노동시장이 가장 좋고 (코로나 등으로) 타격받았던 각 가정의 대차대조표도 지난 1년간 회복됐다"면서 "많은 사람이 미국 경제의 강점과 회복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현재 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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