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 지연이율 연 6% 아닌 민법상 지연이율 연 5% 적용돼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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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의사나 의료기관은 '상인'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해 갖는 임금채권은 민사채권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 병원에서 퇴직한 의사 B씨와 C씨가 A 의료재단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판결 중 지연손해금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일부 파기하고 스스로 판결(파기자판)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의 주문 제1항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며 "피고는 원고 B씨에게 1억1248만5212원, 원고 C씨에게 5795만3322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8년 3월 15일부터 2021년 12월 8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 B씨에게 1억1248만5212원, 원고 C씨에게 5795만3322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8년 3월 15일부터 2021년 12월 8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고 주문에서 밝혔는데, 대법원은 지연이자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이율을 상법상 지연이율 6%에서 민법상 지연이율 5%로 낮췄다.

재판부는 "의료법의 여러 규정과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의사나 의료기관을 상법 제4조 또는 제5조 1항이 규정하는 상인이라고 볼 수는 없고,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해 갖는 급여, 수당, 퇴직금 등 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수당 등 채권에 상법상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사채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상법 제4조(상인-당연상인)는 '자기명의로 상행위를 하는 자를 상인이라 한다'는 규정이고, 같은 법 제5조(동전-의제상인)는 1항에서 '점포 기타 유사한 설비에 의하여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자는 상행위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상인으로 본다', 2항에서 '회사는 상행위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전항과 같다'고 정한 상인의 정의조항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의료법상 영리추구 활동이 제한되고 직무에 관한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강조되는 의사나 의료기관이 상법상 상인에 해당하지 않고, 때문에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해 갖는 임금 등 채권의 본질은 상사채권이 아니라 일반 민사채권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2018년 A 병원에서 퇴직한 B씨와 C씨는 근무하는 동안 받지 못한 시간외 근로수당, 휴가미사용수당, 퇴직금 미지급분 등 각 합계 1억6400여만원과 1억1300여만원씩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병원 측이 다투지 않아 무변론 판결을 통해 두 사람이 청구한 금액이 그대로 인정됐다.


이후 병원 측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 B씨와 C씨는 각각 청구금액을 2억2300여만원과 1억5900여만원으로 높였다.


2심 재판부는 두 사람의 시간외 근로수당 청구는 기각하고, 휴가미사용수당과 퇴직금 미지급분에 대한 청구 중 일부분을 받아들여 B씨에게는 1억1248만5212원, C씨에게는 5795만3322원 및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자의 경우 퇴사일 다음날부터 14일째 되는 날 이후부터 2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상법상 지연이율인 연 6%, 그 다음날부터 변제일까지는 근로기준법상의 연 20%의 지연이율을 적용해 계산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청구한 토요일 시간외 근무수당과 관련해서는 병원과 체결한 임금계약서에 '격주 토요일마다 외래진료 근무를 하고, 월 계약임금에 연간 토요일의 5할에 해당하는 월 평균 2.17에 해당하는 토요일 근무수당이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 있는 데다가, 두 사람이 장기간 근무하면서도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판단 중 두 사람에게 제때 지급되지 않은 퇴직금 등에 적용될 이자율에 대한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두 사람은 애초 퇴직한 다음날부터 14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상 이율인 연 20%를 적용한 이자를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한 근로기준법 제36조(금품 청산)와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퇴직금의 지급 등) 1항을 근거로 퇴직일 다음날부터 14일까지는 지연 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 청구를 기각했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37조(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 1항은 미지급 임금 등에 대한 지연이자와 관련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그 다음 날부터 지급하는 날까지의 지연 일수에 대하여 연 100분의 40 이내의 범위에서 은행법에 따른 은행이 적용하는 연체금리 등 경제 여건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률의 위임에 따라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의 이율)는 "법 제37조 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이란 연 100분의 20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8조(지연이자의 적용제외 사유) 3호는 근로기준법상의 지연이율 연 20%가 적용되지 않는 예외로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임금 및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存否)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들고 있다.


2심 재판부는 이와 같은 규정들을 토대로 "원고들의 청구 중 일부만이 인용되는 이상 근로기준법 제37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 제18조 3호에 따라 피고가 지연손해금 기산일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 원고들 청구의 전부나 일부를 다투는 것이 적절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위 기간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이율을 적용하지 아니하고, 상법에 정한 연 6%의 이율을 적용하기로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퇴직한 2018년 2월 28일로부터 14일이 지난 2018년 3월 15일부터 2심 판결 선고일인 2021년 12월 8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연손해금으로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2018년 3월 15일부터 2심 판결 선고일인 2021년 12월 8일까지 상법상 지연이율인 연 6%의 비율로 지연이자를 계산하도록 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사의 영리추구 활동을 제한하고 그 직무에 관해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며 의료행위를 보호하는 의료법의 여러 규정에 비춰 보면, 개별 사안에 따라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활용해 진료 등을 행하는 의사의 활동은 간이·신속하고 외관을 중시하는 정형적인 영업활동, 자유로운 광고·선전을 통한 영업의 활성화 도모, 인적·물적 영업기반의 자유로운 확충을 통한 최대한의 효율적인 영리 추구 허용 등을 특징으로 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한 의사의 의료행위와 관련해 형성된 법률관계에 대해 상인의 영업활동 및 그로 인해 형성된 법률관계와 동일하게 상법을 적용해야 할 특별한 사회경제적 필요 내지 요청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근거를 들어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따라서 의료법의 여러 규정과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의사나 의료기관을 상법 제4조 또는 제5조 1항이 규정하는 상인이라고 볼 수는 없고,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해 갖는 급여, 수당, 퇴직금 등 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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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런데도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수당 등 채권에 상법상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사채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파기자판의 이유를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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