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어머니 성과 본으로 바꾼 자녀 母 종중 종원 자격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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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출생 당시 아버지의 성(姓)과 본(본관. 本貫)을 따라 출생신고를 한 자녀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했다면 어머니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 자격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모씨가 용인 이씨 종친회를 상대로 낸 종원(宗員) 지위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헌법상의 행복추구권과 결사의 자유, 종원의 자격에 관한 관습법, 민법 제781조 1항 본문에서 정한 부성주의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1988년 태어난 이씨는 출생 당시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라 성을 김(金)으로, 본을 안동(安東)으로 출생신고가 됐다.


하지만 이씨는 성년이 된 뒤 2013년 12월 서울가정법원에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을 허가해줄 것을 신청했고, 2014년 6월 법원은 어머니의 성과 본에 따라 성을 이(李)로 본을 용인(龍仁)으로 변경할 것을 허가하는 심판을 했다.

이후 이씨는 2014년 7월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의 변경신고를 마쳤다.


이후 이씨의 어머니는 용인 이씨 종중에 이씨에게 종원 자격을 부여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하자 소송을 냈다.


앞서 1심과 2심은 모두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과거 관습법상 종중은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남성만을 종원으로 구성되는 자연적 집단으로 정의돼 대법원 역시 혈족이 아닌 자나 여성은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200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견해를 변경했고, 민법이 개정된 취지를 봐도 모계혈족에게 종원의 자격을 부인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였다.


용인 이씨 종중의 정관은 회원의 구성 및 자격에 대해 '본 회의 회원은 A 조상의 아들 삼형제의 후손으로서 친생관계가 있고 혈족인 성년이 된 남, 녀로 구성된다. 단 혈족이라도 타성으로 바꾸면 후손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재판에서 종중 측은 "부성(父姓)에 따라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부계혈족의 후손이 성별의 구별 없이 당연히 종중의 구성원이 되는 것일 뿐, 비록 그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이라고 해도, 모계혈족에 불과한 자에게는 종원의 자격을 부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종중 측은 ▲아직까지도 종중은 본질적으로 부계혈족을 전제로 하는 종족단체라고 하는 점에 대해 확고한 관습이 존재하며 ▲정관에 구성원을 부계혈족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없지만, 이는 종중의 본질적 성격에 비춰 따로 명기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 모계혈족도 종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종중 측은 ▲재산이 많은 종중의 경우 일부러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는 방법으로 종원으로 가입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고 ▲재혼가정의 자녀로서 계부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도 계부가 속한 종중의 종원이 된다고 하게 될 경우 종중의 존재이유가 상실될 것이고 ▲성과 본의 변경으로 종원 자격이 인위적으로 변동되는 것은 자연발생적 종족집단이라는 종중의 성질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급심 법원은 이 같은 종중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여성에게도 종원의 자격을 인정한 200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며 ▲피고 종중의 정관에서 피고 종중의 회원 자격을 부계혈족으로 제한하지 않고 있는 점 ▲이와 대조적으로 피고 종중의 장학사업 운영규정에서는 장학생 대상자격을 '종회원 또는 그 자녀로서 부성 승계의 용인 이씨인 국내대학교 신입생'으로 정해 명시적으로 부계혈족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 정관은 처음부터 그런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을 전제로 마련됐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점 ▲만일 원고에게 피고 종중의 구성원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소속 종중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같은 결론이었다.


2심 재판부는 여성에게도 종원의 자격을 인정한 200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가에 입적한다'는 개정 전 민법 제781조가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부성주의의 예외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인격권을 침해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반하는 것"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 점을 인용했다.


헌재 결정 이후 해당 조항은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개정됐다.


그러면서 "원고가 여성 종원의 후손이라 하더라도 피고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봄이 조리에 합당하며, 여성 종원의 후손은 그 여성 종원이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종래의 관습 내지 관습법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변화된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정당성과 합리성을 상실했다고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 등에서 판시된 바와 같이, 종중에 대한 사회일반의 인식 변화, 우리 사회 법질서의 변화 등에 따라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남성만으로 제한하는 종래의 관습법이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됐다"며 "위 전합 판결의 판단대상이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여성의 종원 자격에 한하는 것이었으므로 그로써 곧바로 종원인 여성의 후손이 종원 자격을 갖는지 여부에 관한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했다.


이어 "하지만 종중에 관한 관습법 중 종중의 구성원을 성년 남성만으로 제한한 부분이 효력을 상실하고 조리 상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여성도 당연히 종원이 된다고 보게 된 이상, 적어도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여성의 후손이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관습이 여전히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진 관습법으로 존속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재판부는 "이처럼 출생 시부터 모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된 경우 그 자녀는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봄이 자연스럽고, 그렇다면 출생 후에 자의 복리를 위해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한 경우에도 그 성과 본의 변경이 종원 자격 취득을 위한 것으로서 성·본 변경제도를 남용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달리 볼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모의 성과 본을 따라 출생신고가 된 자뿐만 아니라 출생 후 민법의 규정에 따라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된 자는 더 이상 부와는 성과 본을 같이 하지 않기 때문에 부가 소속한 종중에 속할 수 없거나 자연히 탈퇴하게 된다"며 "출생 시부터 모의 성과 본을 따르거나 출생 후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했다는 사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 자격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어머니의 성·본으로 변경해 부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는 자녀를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도 될 수 없게 한다면, 어느 종중에도 속할 수 없게 돼 위헌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취지다.


또 재판부는 일부러 성과 본을 바꿔 종중원이 되려는 폐단이 있을 수 있다는 등 종중 측의 지적에 대해서는 ▲성·본의 변경은 법원의 심사와 허가를 거쳐 자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된 경우에만 가능한 점 ▲제도가 예외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근거로 원칙적인 종원의 범위를 판단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서 부당한 점 ▲종원은 권리만이 아니라 의무를 함께 부담하는 구성원이므로 종원 자격 부여를 반드시 이익이라고만 볼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반박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2005년 대법원 전합 판결, 헌법상 평등권 조항(제11조 1항),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의 양성 평등 조항(제36조 1항) 등에 드러난 헌법이념과 호주제도를 폐지하고 부계혈족과 모계혈족을 차별하지 않고 친족의 범위를 규정한 민법 개정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모의 성과 본을 따라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게 된 후손의 종원 자격을 부의 성과 본을 따른 후손의 그것과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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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재판부는 "민법 제781조 6항에 따라 자녀의 복리를 위해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어 자녀의 성과 본이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됐을 경우 성년인 그 자녀는 모가 속한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으로서 당연히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결론 내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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