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4일 비대면으로 열린 애플의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일이 하나 벌어졌다. 애플은 다른 미국 상장기업과 마찬가지로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핵심 임원의 보수에 대해 매년 주주총회에서 주주승인투표를 시행하고 있는데, 약 1조3000억달러를 운용하는 세계최대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팀 쿡 최고경영자 보수가 과하다고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작년 주주총회에서 팀 쿡의 보수에 대한 찬성률은 95%에 이를 정도로 주주들의 지지는 절대적이었으나 2021년 한 해 일반 직원 보수의 1447배에 달하는 9870만 달러에 대해서는 64.4%의 찬성을 얻는데 그쳤다. 비록 팀 쿡의 보수가 부결된 것은 아니지만 저조한 찬성률은 향후 팀 쿡의 보수를 더욱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만들었다.
미국에서 기업 임원의 보수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시점은 1930년대 대공황부터였다. 대공황 전까지만 해도 임원 보수는 사적인 정보로 취급돼 공시는커녕 이사조차도 최고경영자가 얼마나 받는지 정확히 모를 정도였다. 그런데 대공황이 발발하면서 경제가 급격히 후퇴하자 고액 보수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커졌다. 1930년 야구 스타 베이브 루스의 연 수입이 8만달러로 당시 후버 대통령보다도 5000달러나 더 받는 것이 공개되자 지나치다는 여론이 나타날 정도였다. 1936년 ‘포춘’지의 임원 보수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임원의 보수가 과도하다는 반응이 절반을 넘었으며 그 밑바탕에는 10만달러 이상의 보수는 부적절하다는 사회적 통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1930년대 초 베들레헴 철강, 아메리칸 타바코 등 당시 잘나가던 대기업에서 엄청난 규모의 임원 보수가 소송과정에서 잇따라 공개되자 규제 여론이 불붙었다. 베들레헴 철강은 1902년부터 유능한 임원 확보를 명분으로 보너스를 도입했는데 극소수 임원에게 지급되는 보너스 규모가 점점 늘어나 주주에게 지급한 전체 배당금액의 3/4을 넘을 정도였다. 또한 당시 미국 최대 담배회사 아메리칸 타바코도 순이익의 10%를 6명의 중역에게 자동적으로 지급하는 보너스 프로그램을 주주도 모르게 운영해왔으며 회장은 대공황이 한창이었던 1931년에 무려 200만달러의 보수를 받아간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중의 공분을 샀다. 결국 대공황을 거치면서 정립된 미국의 증권규제 법률은 2만달러 이상의 보수를 받는 상장기업의 임원에 대해 그 내역을 공시하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하게 됐다. 특히 2010년 도드-프랭크법에서는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핵심 임원의 보수에 대해서는 주주총회에서 승인투표를 받도록 했다.
주주승인투표는 비구속적으로 기업이 투표 결과를 따르지 않아도 되지만 애플의 사례에서 보듯이 주주승인투표를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는 과정에서 보수 내역이 세부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고 찬성률이 낮아지면 경영진에 대한 경고의 신호를 준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임원 보수에 대한 주주승인투표는 10여개 주요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데 채택 후 보수 증가율이 하락하고 기업실적과의 연관성이 커지는 긍정적 결과가 확인되고 있다. 국내도 고액 임원 보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주주승인투표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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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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