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배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각각 석패와 참패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된 성찰도 없이 다시 당권 투쟁으로 질주하는 모습이다. 그러다보니 선거 패배의 책임을 놓고 연일 ‘갑론을박’이다. 상대를 향한 거친 비난은 물론,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막말까지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이 어쩌다 이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많은 국민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29%에 불과하다. 국민의힘 45%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의 핵심이었던 40대마저 국민의힘에 밀리고 있다면 더는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상호 비대위 체제가 들어섰다. 당 안팎에서는 ‘혁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이는 공허할 뿐이다. 혁신의 주체도, 대상도, 심지어 권한도 없는데 무엇을 어떻게 혁신하라는 것인지 아마 우 위원장도 당혹스러울 것이다. 당내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이를 봉합하고 8월 전당대회만 제대로 관리해도 성공이다. 굳이 하나 더 강조한다면 전당대회 ‘룰’을 재정비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다. 당 혁신을 목표로 한다면 그 혁신의 토대를 지금부터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권 투쟁의 핵심은 이재명 의원의 거취로 모아지고 있다. 이 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출마하느냐의 문제가 그것이다.
지난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이 의원에게 묻는 것도 결국은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을 봉쇄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지난 6일 친문계 홍영표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을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의 출마가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의 지적이 옳다. 대의명분을 넘어서 국민적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선 패배 직후에도 민주당이 이렇게 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아무튼 이를 시작으로 이른바 친명계와 친문계의 난타전이 계속됐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쯤에서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막는 것은 최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원과 지지자들은 윤석열 정부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민주당을 원하고 있다. 당내 기득권 세력과 싸워서 당 혁신을 이끌어 낼 강력한 리더십도 원하고 있다. 그리고 차기 대선에서는 희망을 걸 수 있는 대선주자급 인물을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재명 의원을 빼고는 말하기 어렵다.
이재명 의원 입장에서도 당권 출마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 의원은 이미 당내 갈등의 한 축이다. 여기서 발을 빼버리면 무책임할 뿐더러 국회에 입성한 의미도 퇴색된다. 게다가 민주당 혁신을 바라는 당원과 지지자들에게는 자신의 안위만 챙기는 ‘기회주의자’로 각인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의원이 갈 길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이다. 호랑이 등에서 내리는 순간 그걸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은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전당대회 룰을 고민하는 게 생산적이다. 국민과 당원이 서로 충돌할 때 민주당은 누구 편에 설 것인가. 민주당은 지금 ‘줄탁동기’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내부의 한계가 명확하다면 바깥에 있는 국민에게 더 빨리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래야 내부의 단단한 벽까지 깨트릴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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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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