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국민동의청원, 3년 째 묵묵부답인 국회
차별금지법 등 법률 제개정 여론 모으는 국민동의청원
5만, 10만 명 동의해도 소관위 방치 막을 방법 없어
'심사 기간 무기한 연장' 막을 제도 정비 절실
[아시아경제 김윤진 인턴기자] 시행 3년 차에 접어든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두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률 제·개정을 촉구하는 시민 5만 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해도 1년 이상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도 받지 못하는 등 방치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청원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심사 기한 제한 등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국민동의청원은 2020년 1월 10일 도입된 전자 청원 제도다. 문재인 정부에서 운영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법적 근거 없이 국민 소통 목적으로 운영된 것과 달리, 국회법에 법적 근거를 두고 헌법상 권리인 청원권을 보장하기 위한 청원법에 따라 운영된다.
기존에는 시민이 청원을 하려면 반드시 국회의원 소개를 받아야 했지만, 국민동의청원이 열리면서 인터넷을 통해 청원이 가능해졌다. 100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국회에서 검토를 마친 뒤 사이트에 공개된다. 이후 30일 내 5만 명의 동의를 받으면 소관위원회에 회부된다.
소관위에 회부된 청원은 청원심사소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되는 등 국회에 법안 제·개정의 논의를 점화하는 역할을 한다. 일례로 2020년 11월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에 관한 청원'은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의 활동 기간 연장 등 내용 일부가 법률개정안에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면 국민동의청원이 실제 법안 개정에 반영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2020년 1월부터 지금까지 공개된 국민동의청원 중 국회에서 처리된 안건은 5건에 불과하며, 이중 법률 개정에 반영된 대안반영폐기 사례는 단 2건 뿐이다.
국민동의청원의 성립 기준이 높아 소관위에 회부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5만 명 동의'로 기준이 완화하기 전에는 10만 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했다. 해당 기준이 적용됐던 지난해 12월까지 공개된 국민동의청원 총 269건 중 240건이 동의 인원 미달로 자동 폐기됐다.
동의 인원을 만족해 청원이 성립되더라도 기약 없이 소관위에 계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회법 제 125조 제 5항은 청원이 위원회에 회부된 지 90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보고해야 하며, 60일 내에서 한 차례만 심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같은 조 제 6항은"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심사 기간의 추가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사실상 심사가 무기한 연장될 수 있다.
이에 청원권을 보장한다는 국민동의청원의 당초 취지를 전혀 충족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21년 공개된 청원 101건 중 성립요건을 통과한 청원은 단 11건이며, 11건 모두 소관위에 회부된 이후 심사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올해 공개돼 성립요건을 통과한 청원 13건도 접수 후 철회된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에 대한 청원'을 포함해 모든 안건이 소관위 심사 절차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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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개원한 이래 소관위에 회부된 청원은 최장 696일 째 심사 대기 중이다. 지난달 19일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이 작년 6월 성립됐음을 언급하며 "시민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 이제 국회가 다음 길을 내야 한다. 법안을 심사하고 회의에서 통과시키는 건 국회의 역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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