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퍼지기 시작하면 막을 방법 없다"…'원숭이 두창' 신속 대응 촉구하는 전문가들

WHO 긴급대응팀장 "아직 원숭이두창 관련한 긴급위원회 가동 방안 고려 않고 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입자 현미경 이미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나연 인턴기자]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유럽·북미 등 각국에서 속출함에 따라 감염병 전문가들이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의 신속한 방역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대 병원 감염병학자 이사벨라 에켈레 교수는 28일(현지시간) 외신에 이번에는 WHO가 안일하게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며 각국에 엄격한 격리 조처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바이러스가 그리 위험하지 않고 가용한 백신과 치료제가 있다는 말들을 하는데, 이는 공중 보건당국의 나태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어 "이 바이러스가 풍토병화된다면 우리는 또 다른 끔찍한 질병과 맞서야 하고 많은 어려운 결정들을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나다 서스캐처원대 감염병학자 앤절라 라스무센 교수도 트위터를 통해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와는 다른 바이러스라면서도 "우리는 당장 사용 가능한 수단으로 단호하게 대응하는 데 있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숭이두창 전문가 피에로 올리아로 영국 옥스퍼드대 빈곤 전염병학 교수는 "선진국에서 발병해야만 부랴부랴 새 질병에 경각심을 가지는 세태가 항상 실망스럽다"며 "팬데믹에 대비하려면 질병이 있는 그곳에서 바로 대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난 2년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으로 알려져 온 원숭이두창은 지난 7일 영국에서 첫 발병 보고가 들어온 이래 유럽·북미·중동·호주 등으로 확산하며 또 다른 보건 위기 우려를 사고 있다.

WHO는 전날까지 비풍토병 지역 20여 개국에서 300여 건의 확진 및 의심 사례가 나온 것으로 집계했지만 비풍토병 지역의 경우 확진자·밀접 접촉자 조기 인지 및 격리, 예방백신 접종 등의 기존 방역 수단으로 충분히 억제 가능하다며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으나 아직은 원숭이두창과 관련한 긴급위원회를 가동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나연 인턴기자 letter9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