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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 6년 전 한글 배운 일흔넷 어르신의 詩

최종수정 2022.05.13 11:03 기사입력 2022.05.13 11:03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올해 나이 일흔넷 어르신께서 시집을 냈다. 천안에 사시는 조남예 여사가 그 주인공이다. 한글을 배운지 불과 6년, 젊은 시절부터 갈무리해 둔 인생 속 시상들을 표현했다. 못 배운 슬픔의 너머, 사랑받은 사람이 예뻐진다는 인생의 통찰, 엄마로서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골고루 버무려져 읽다 보면 입가엔 미소가 눈가엔 눈물이 고이게 만드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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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쓰면서

너무 기뻐서 울었어

학교 갈 때는

너무 좋아서 웃었어


우리 자식들 손주들 이름을 다

쓸 수 있게 되었어


소원이었어

〈학교 가는 길〉 중에서


동네 친구들 같이 노는데

연순이도 학교에 안 갔어


연순이가 내 팔뚝을 물었어

나는 더 세게 물었어

연순이랑 언니가 쫓아와서

나는 역성들어 줄 사람이 없었어


학교에 나는 안 갔는데

여덟 살에서 아홉 살로 살아가고 있었어


〈면장 집 딸만 학교에 갔어〉 중에서


강경에 살 때가 생각나 어렸을 때

이모 집에서 얹혀살 때

물을 길러 다녀야 했어

내 일 중에 하나였어

몸이 작았는데 어렸었는데

물동이를 지고 십 리를 걸어갔다가

십 리를 걸어왔어

힘들어도 내 일이니까

해야 했어 살아야 하니까

엄마가 내 곁에 없었으니까


〈고달픈 나의 삶〉 중에서


자꾸자꾸 사람이 예뻐져 | 조남예·김승일 지음 | 북크루 | 82쪽 | 1만1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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