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왼쪽)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카르피오 부통령 후보가 지난 7일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파라나케시에서 열린 정치 유세 마지막 날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마닐라(필리핀)=AFP·연합뉴스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왼쪽)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카르피오 부통령 후보가 지난 7일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파라나케시에서 열린 정치 유세 마지막 날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마닐라(필리핀)=AFP·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필리핀의 철권통치자였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 마르코스와 러닝메이트를 이룬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은 부통령 자리에 올랐다.


10일 ABS-CBN 방송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대선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이 확실시됐다. 현지시간 오전 7시32분 현재 개표율 95.80%의 상황에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은 3046만여표를 얻어 경쟁자인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1451만여표)을 크게 앞섰다. 복싱 챔피언 출신으로 대권에 도전했던 매니 파키아오 후보는 350만표에 그쳤다. 이 집계는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의 데이터를 부분·비공식 집계한 것이며, 공식 발표는 이달 말께 예정돼 있다.

◆‘독재자와 사치의 여왕’ 아들…36년 만에 정권잡다= 당선인이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아버지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1986년 집권 기간에 반대파 수천 명을 고문·살해하는 등 거친 탄압으로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아왔으며, 1986년 시민들의 항거로 하야해 하와이로 망명한 뒤 사망했다. 어머니 이멜다 마르코스는 세계적인 ‘사치의 여왕’으로 알려져 있다. 일가의 하와이 망명 뒤 대통령궁 지하 창고에서 3000여켤레의 최고급 브랜드 구두와 명품 가방, 보석상자 등이 발견돼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1990년대 아들 마르코스는 필리핀으로 다시 돌아와 가문의 정치적 고향인 북부 일로코스노르테주에서 주지사와 상원의원에 선출됐다. 2016년에는 부통령 선거에 나왔다가 로브레도 현 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하기도 했다.

부통령에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 다바오 시장의 당선이 굳어졌다. 그는 3082만여표를 얻어 경쟁자 프란시스 팡길리난 상원의원(904만여표)을 크게 앞서고 있다. 필리핀은 대통령과 부통령 외에도 상원의원 13명, 하원의원 300명을 비롯해 1만8000명의 지방 정부 공직자를 선출하는 선거를 함께 치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휘청이는 경제·복잡한 외교 난제, 어떻게 풀까= 마르코스 정부 앞에 놓인 최대 과제는 대미·대중 외교 노선을 정립하고, 휘청이는 필리핀 경제를 되살리는 일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남중국해와 태평양을 잇는 군사전략적 요충지 필리핀의 외교정책은 세계적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마르코스가 두테르테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친중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이번 당선의 일등공신이 부통령 당선인이자 두테르테의 딸인 사라 시장인 데다가 선거 기간 그를 지원한 정·관계 인사들 가운데 중국계 혈통도 다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간 견지됐던 반미·친중 궤도를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위기에 빠진 필리핀 경제를 재건할 수 있을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마르코스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 경제위기 극복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필리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2019년 5.9%에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9.6%까지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5.7%로 다소 회복됐으나, 여전히 관광 등 주요 수입 여건이 개선되지 못한 상태다. 국가 채무 악화도 문제다. 필리핀 재무부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지난 2019년 39.6%에서 2020년 54.6%, 2021년 63.1%까지 급등했다.

AD

‘독재자의 아들’을 거부하는 반대파에 대한 통합 리더십도 시험대에 놓일 예정이다. 로브레도 부통령의 지지자들은 대학교 학생회를 중심으로 선거조작을 주장하며 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