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 인사청문회의 문을 통과했다. 본인의 말처럼 '평생 학자로 일과 연구에만 몰두한' 덕인지 큰 걸림돌은 없었다. 그런데 신상 문제보다도 더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이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 드러난 국가의 공공지식재산권 관리 부실 문제다.
이 후보자는 원광대 교수 시절인 2001년 수십억원의 국가 재정이 투입된 연구과제를 카이스트(KAIST)와 공동으로 수행해 반도체 회로 집적 기술인 '벌크 핀펫'을 발명했다. 본래 국고 지원 연구 결과물의 특허권은 개인이 아니라 소속 기관이 갖도록 돼 있다. 따라서 정상적이라면 벌크 핀펫의 특허권은 카이스트ㆍ원광대의 소유여야 한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두 기관은 국내 특허권만 출원했을 뿐 해외 특허권은 포기했다. 이 후보자는 이 두 기관이 포기한 해외 특허권을 자비로 출원해 획득한 후 지식재산관리 전문회사와 함께 반도체 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막대한 재산을 획득하는 중이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밝혀진 현재까지의 수익만 해도 160여억원에 이른다. 최근 삼성전자와의 소송도 이기면서 수백억원의 추가 수입도 예상된다.
이 후보는 벌크 핀펫 기술 개발의 결정적 공로자다. 해외 특허권까지 거머쥔 그의 '행운' 또는 '혜안'을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공지식재산권이라고 해도 개인의 기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뛰어난 재능, 지식, 창의력을 발휘해 최고의 성과를 내는 연구자들에겐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는 게 맞다. 그는 벌크 핀펫 기술을 발명할 때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등에서 외면당했지만 이후 고도의 집적 회로 기술이 필요해지면서 반도체 산업의 필수가 됐다. 국내 특허심판원이나 미국 텍사스 지방법원이 삼성전자와 이 후보자 측간 특허권료 지급 소송에서 이 후보자 측의 손을 들어 준 이유도 이같은 노력과 독창성·창의성을 인정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번 사례처럼 막대한 국고 수입을 관리 소홀과 무관심, 무능으로 날려 버린 일선 연구기관들이다. 만약 카이스트나 원광대가 지식재산권 관리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써 해외 특허권을 출원했다면 투자한 국고의 몇십배를 회수해 다른 분야에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국민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에 가장 많은 공공재정을 투입하는 국가다. 연간 30조원에 가까운 국가 재정이 투자돼 수만건의 특허 등 공공지식재산이 생산된다. 그러나 활용과 관리에 무관심해 회수율은 지극히 낮다. 공공 개발 기술 이전 수입은 2019년 현재 2273억1400만원으로 전체 투자 금액 13조7000여억원의 1.73% 수준에 그쳤다. 아무리 기초 과학 투자와 연구의 자율성ㆍ창의성 보장이 중요해 투자가 필요하더라도 이정도면 '밑 빠진 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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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는 이번 청문회 통과 후 실제 임명되면 전체 국가 공공지식재산권 관리 행정의 총 책임자가 된다. 연구 현장의 사기 진작과 자율성 보장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국고가 투입된 공공 연구의 효율성과 그 결과물인 공공지식재산권 관리ㆍ활용을 통한 국가 재정 확충에도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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