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의 과학세계] 이젠 인공지능 반도체로 눈을 돌려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설계를 받아 생산만 진행하는 업체) TSMC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TSMC는 현재 파운드리 분야 1위. 전체 매출에서는 삼성전자에 뒤처지지만 1분기에만 4910억7600만대만달러(약 21조1408억원)의 매출을 울렸다. 지난해 1분기보다 35.5% 껑충 뛰어오른 수치다.
반도체란 전기 전도율이 구리 같은 도체와 고무 등과 같은 부도체(절연체)의 중간 정도인 물질이다. 가해진 전압이나 열, 빛의 파장 등에 의해 전도도가 바뀐다. 한쪽으로는 전기가 흐르고, 다른 한쪽으로는 전기가 흐르지 않도록 만들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규소(실리콘) 결정에 불순물을 넣어서 만든다. 반도체라는 단어 자체는 이런 소자를 이용해 정밀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낸 연산용 칩세트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반도체는 석유나 석탄, 철강과 같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자원이 된 지 오래다.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만을 전 세계가 지지하는 이유 중에는 반도체 생산능력이 뛰어난 점도 있다. 당장 대만 업체들의 반도체 공급이 중단되면 미국이나 유럽 등 IT 선진국들도 산업기반이 흔들린다. 반도체는 이미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근간인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흔들린 세계 생산망은 회복될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장비 공급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며 "반도체 공급 부족은 2024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파고를 넘기 위해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앞다퉈 노력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1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대략 2025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에서 반도체 생산이 늘어날 예정이며, 대만,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자연스럽게 재편된다. 각국이 반도체 부족 사태를 넘기 위해 저마다 생산시스템을 확충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지금까지 반도체 경쟁력으로 국가 산업기반을 적잖이 유지해 온 한국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이야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려면 결국 국가적 연구개발(R&D)을 통해 타국을 압도하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주로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에 집중돼 있었다. 이제 각국이 저마다 반도체 생산역량을 확충하고 있는 만큼, 우리는 그다음 단계를 내다봐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근간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용 반도체, 거기에 적합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로봇 시스템 구동에 최적화된 제어용 반도체 등 종래에 손대지 않았던 첨단 반도체 분야로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이런 흐름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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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구 성과가 산업계로 이어지려면 적어도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바로 시작해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정부는 대학과 국책연구기관의 관련 연구를 지원해 빠르게 국가경쟁력을 확충하고, 기업은 차세대 반도체 실용화 과정을 발 빠르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성패를 거머쥐는 건 앞으로 수년 사이, 얼마나 철저한 대비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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