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상황 안 좋은데...은행연체율·어음부도율 20년래 최저
코로나19 금융지원·역대급 초저금리 영향…정상화 이후 부실화 우려도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병) 속에서도 최근 기업의 은행대출 연체율과 어음부도율이 2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역사적 저점 수준의 기준금리, 당국의 코로나19 금융지원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기초체력이 개선된 상황은 아닌만큼,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의 통화정책이 정상화 단계를 밟고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연쇄적인 기업 부실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3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어음부도율(금액기준, 전자결제분제외)은 0.07%로 집계됐다. 이는 약 30년만의 최저치였던 지난 2020년(0.06%) 대비 0.01%포인트 상승한 수준이지만, 0.11~0.19% 안팎을 보인 2010년대 초·중반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은행대출 연체율 역시 0.3%로 지난 2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업의 은행대출 연체율 역시 외환위기, 세계금융위기 국면서 치솟다가 2010년대 후반 이후론 줄곧 하향 안정화 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에도 역대 최저 수준의 어음부도율·대출 연체율을 보이고 있는 일차적인 이유론 역사적 저점 수준의 기준금리가 꼽힌다. 한은은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지난 2020년 5월 0.50%까지 내렸다가 지난해부터 3차례 인상해 현재 기준금리는 1.25%다.
금융당국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코로나19 금융지원을 네 차례나 연장해 온 것도 주된 원인이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말까지 만기연장·상환유예 혜택을 입은 금융권 대출규모는 잔액 기준으로 133조4000억원, 건수 기준으론 70만4000여건에 달한다. 이외에도 코로나19 때문에 기업 지원 및 경기 진작을 위한 여러 저리(低利)의 정책자금이 시중에 공급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어음부도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낸 것과 관련 "지난 2020년 3월 이후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으로 적잖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상환유예·만기연장 조치로 상황이 비교적 여유로워진 측면이 있다"면서 "은행 연체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이 약 36%, 중소기업의 경우 약 50%에 달하는 상황이어서 기초체력은 여전히 부실한 상황인데다, 올해는 연내 금리인상 기조와 함께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가 예고 돼 있는 까닭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대내외적 악재가 여전하고, 특히 각 국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어 자산가격의 조정이 연쇄적으로 차주들의 상환능력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같은 퍼팩트 스톰이 몰려올 수 있는 만큼 보수적인 전망 하에 은행들에게 충당금 추가 설정을 권고하는 등 면밀한 대비를 주문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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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그 자체도 문제지만 금리 인상과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업 유동성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중소·영세기업들의 연착륙을 위해선 하반기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도 테이퍼링(tapering)처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해 봄 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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