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을 인수하는 데에는 최소 60일 이상 걸린다. 인수위원회의 활동이 단 하루라도 늦추어지는 일은 국가적 비상상황이다. 2000년 대선이 그런 예다. 당시 플로리다주에서 조지 부시가 앨 고어를 537표차로 이겼다. 우여곡절 끝에 투표 종료 후 36일 만인 12월13일에서야 부시의 당선이 공표됐다.
부시는 35일 만에 정부를 인계 받아야 했다. 그마저도 빌 클린턴 정부의 방만한 구조를 간소화하려는 부시 당선인과 백악관의 갈등만 부각됐다. 이는 아찔한 결과를 낳았다. 9·11테러 보고서는 테러 공격에 무력하게 당했던 원인이 인수위 활동 부실로 국가안보 분야 충원이 늦어져 위험을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을 담았다.
부시와 버락 오바마 사이의 권력 이양은 미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인수위원회 활동으로 기록되고 있다. 2008년 11월4일 오바마가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부시 대통령은 전화로 당선을 축하하고 백악관 방문을 요청했다. 오바마 당선 일주일 만에 만난 두 사람은 3시간 동안 금융 위기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의 정권 인수인계를 의논했다. 수많은 기업이 파산 위기에 몰렸던 때다. 정부 주도의 구제 금융과 구조 조정으로 기업의 파산을 막아야 했다. 대통령과 당선인 간의 회동이 더욱 중요했던 이유다.
부시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로의 이양을 순조롭게 하기 위한 대통령 특별명령을 내렸다. 공화당원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부시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를 위한 174억달러의 구제 금융을 승인해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를 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나는 오바마 당선자와의 첫 회동 때에 자동차업체들이 실패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술회했다. 현직도 당선인도 국민이 목적이란 뜻이다. 위기에 처한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통령과 당선자 간의 결단이 시민 사회의 정파적인 분위기도 바꾸어 냈다.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을 방문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선거 참모로 활약한 마이클 플린을 중용하지 말 것을 권했다. 트럼프가 오바마의 말에 주목할 리가 없었다. 트럼프는 플린을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했다. 결과는? 플린은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으로 드러나 임명 20일 만에 쫓겨났다. 인수위원회의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해 주는 케이스다.
미 대통령직 인수위의 최악은 ‘트럼프-바이든’의 경우다. 트럼프는 선거 결과를 불복했고 인수위 활동도 어려웠다. 트럼프는 임기 마지막 날 아침에 그냥 백악관을 나와 버렸다. 핵 통제 가방이 트럼프를 따라 플로리다까지 갖다가 돌아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국가안보 공백 상황이었다.
인수위 활동으로 인해 야기되는 모든 혼란은 국민의 안전과 복지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한다. 미국에서는 1963년 순조로운 권력 이양을 위해 ‘대통령전환법’을 만들었다. 국민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다는 입법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한국의 새 대통령 취임이 한 달 남짓 남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에 국민적 관심이 높다. 인수위원회의 원활한 활동은 떠나는 대통령보다는 들어설 정부에 더 중요하다.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물려받아야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