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특파원] 국방부와 외교부는 체제와 진영, 경제와 사회 발전 여부와 관계없는 어느 국가에서나 핵심 부서다. 청사 건설 시 규모와 위치를 정하거나 이전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남북이 대치한 상황인 대한민국의 현실은 더욱 그렇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4강 국가의 국방부, 외교부 청사 규모는 타국을 압도한다. 기자는 미국 워싱턴DC 방문에서 두 번 놀랐다. 너무나 소박한 백악관 건물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국방부 건물은 극적으로 대비됐다. 코로나19 상황 탓에 내부 관람이 불가능한 백악관은 철문 밖에서 보기에도 작았다.
백악관의 규모는 최초에는 지금보다도 더 아담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참고했다고 하는 백악관 웨스트윙(대통령 집무과 비서실장, 비서관들의 사무실, 회의실이 마련 된 업무동)은 최초 건축 후 100년이 지난 1902년에 만들어졌다.
백악관에 비하면 미 국방부 건물 규모는 압도적이다. 어찌나 건물을 크게 지었는지 70년이 지난 지금도 모든 사무실이 사용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미 국방부 건물(흔히 펜타곤이라고 불린다)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통합된 청사 필요성이 요구되며 추진됐다. 그 전까지는 미 국방부도 여러 건물에 사무실을 뒀다. 미국은 지반 공사 후 불과 6개월 여 만에 펜타곤을 건설했다. 공기가 짧아 부실 공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다. 2001년 9·11테러 당시 테러리스트에 납치된 여객기가 충돌했지만 건물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외교부 건물이 두드러진다. 중국 외교부 청사 역시 상당한 규모다. 러시아 외교부 청사는 키가 크다. 무려 27층이다. 한 전직 외교관은 중국 외교부 청사 출입 시 위압감을 느낄 정도라고 했다. 청사를 크게 지은 이유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주요7개국(G7) 급으로 부상한 국력에 비하면 우리 국방부 외교부 청사 규모는 작은 편이다. 반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는 구중궁궐을 연상케 할 만큼 크다. 이제 이런 상황이 뒤바뀌게 됐다.
기자는 당선인이 결정한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토를 달고 싶지 않다. 백악관과 미 국방부의 예를 보면 공원 옆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게 맞다. 백악관은 링컨기념관을 시작으로 미 의회 건물까지 이어지는 내셔널 몰(쇼핑 몰이 아니라 미 국립 공원이다)에 인접해 있다. 우리에게 광화문 광장이 있다면 워싱턴DC에는 ‘내셔널몰’이 있다. 길이 3㎞, 폭 483m에 달하는 거대한 직사각형 잔디 광장은 평소에는 관광지이지만 미국 정치의 주요 전환점마다 민의가 수렴된 곳이다. 이전하는 대통령실과 인접하는 용산 공원도 이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부터 섬세한 준비가 필요하다.
내셔널몰도 오점은 있다. 2021년 1월 6일 미국과 전세계를 놀라게 한 미 의회 난입 사태의 시작은 내셔널몰에서 시작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집회였다.
윤 당선인은 용산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해 보좌진과 치열하게 국정을 논하고 국민들의 옆으로 다가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국방부 이전에 따른 안보 공백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당선인은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질 군에 큰 빚을 졌다. 이럴 때일 수록 군의 사기를 높이고 북한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당당한 모습이 필요하다.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단 약속 파기를 예고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이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보다 확실한 모습은 북한의 오판을 차단하는 방패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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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은 취임 전 군부대를 방문했다. 장성은 물론 사병과 함께 식사하며 확실한 안보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당선인 오찬 정치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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