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신임 이사장 윤정모 “지원 시급...어디든 달려갈 것”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한국작가회의는 우리 사회에 표현의 자유를 뿌리내리는, 민주화의 꽃을 피우는 역할을 했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 단체 중 하나이다. 문학인의 권익을 지켜내고 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일에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작가회의는 1974년 설립된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작가회의는 지난 2월 제21대 이사장을 선출하면서 또 하나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작가회의 이사장 윤정모 소설가(76·사진)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포부와 구상을 들어봤다. 다음은 윤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직무를 맡게 됐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저는 매우 부족한 사람이다. 제 깜냥으로 한국 최고 지성인들의 대표가 된다는 것이 아주 많이 부담스럽다."
-어떻게 이사장직을 맡게 됐는지.
"처음 이사장직 선임을 알려왔을 때 제안을 선뜻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우선 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게다가 코로나 정국이지 않나. 회원들 인원수에 비해 재정적으로 안정돼 있지 않을뿐더러 가난에 시달리는 회원이 많다. 그들을 두루 살피거나 작가들 품위를 지켜나갈 능력이 없었다. 사적인 처지 또한 안정권에 있지 않았다. 결국 수락한 이유는 작가회의 탄생이 곧 50주년이 되고 제가 1940년대생으로 그 행사를 마무리하고 1950년대생에게 이사장직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었다."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나.
"작가회의에는 뛰어난 시인과 소설가들이 많다. 해외에서 주목하는 작가들도 여럿이다. 이들 중 한 사람이라도 세계적인 상 하나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꿈은 청사진이 아닌 반드시 실현돼야 할 소망이다."
-어떤 부분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나.
"문학은 상상력과 신기술, 신산업의 시작이다. 이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시급하다. 지원이나 후원자가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달려갈 것이다. 또한 문학적 공감이 필요한 곳은 어느 곳이든 달려가 따뜻한 마음을 나눌 것이다. 문학나눔 사업, 도서관과 서점에 작가를 파견하는 사업 등을 확대해 각지에 문학 향유 환경을 만들 것이다. 아울러 전국의 문학인과 시민이 공유할 온라인 문학 플랫폼 구축과 독자 수를 늘릴 것이며 도서관들이 문학 작품을 구입해주도록 꾸준히 청원할 것이다. 그리고 영상 사업을 시작해서 지방 작가를 찾아가거나 어르신들 혹은 신인들의 현재 상황 또는 그 지방의 문학 풍토 등을 시청자들에게 알릴 것이다. 그 계획은 이미 준비 중이다."
-윤정모 이사장 취임 이전과 이후 한국작가회의가 가장 크게 달라질 점은.
"크게 달라질 점은 없다. 저의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간 꾸준히 해왔던 일로 사장되거나 묵혀둔 사업을 되찾아 부활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여성 작가의 활동이 두드러져 보인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분석하나.
"바람직한 상황이지만 그 실태까지 분석하자면 새로 공부를 해야 할 것이라 이에 대한 대답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
-요즘 출판계를 보면 거대 담론보다는 일상적인 소재가 더 주목받는 것 같다.
"일상적인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거시적인, 미시적인 이야기가 다 활발해질 것이다. 작가회의 태생이 그러하다. 지켜봐 달라."
-작가로서 대통령 당선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동과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경영자도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이롭다. 노사가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도록 부디 ‘노동의 균형정책’을 펼쳐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문학은 사람의 벗이자 스승이자 갈 길을 바로잡아 주는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우리 문학인은 독자 여러분과 가까워지는 것이 소망이다. 만나서 소통하기를 원한다. 당신의 삶은 어떤지, 우리 이웃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도 서로 나누고 싶다. 독자 여러분, 우리 함께 삶과 정신의 질을 높여가는 마음의 벗이 되지 않으시렵니까?"
윤정모 이사장은 누구?
한국작가회의 윤정모 이사장은 1946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이던 1968년 장편 ‘무늬져 부는 바람’으로 등단해 지금껏 20여 편의 작품을 펴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에는 문학적 시야를 현실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옮겨 사회문제를 문학으로 재현하는데 천착했다.
일제 말기의 여성 군대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중편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 일제 시대 나환자들의 항쟁사를 다룬 장편 ‘섬’(이후에 ‘그리고 함성이 들렸다’로 개작), 성의 상품화와 외세 지배와의 관계를 그린 장편 ‘고삐’, 독일에서 활동한 작곡가 윤이상의 삶을 통해 예술적 성취와 민족적 불행의 엇갈림을 형상화한 장편 ‘나비의 꿈’ 등은 작가 의식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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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윤 이사장은 세심한 고증을 통해 역사적 진실성을 담보하면서도 문학성을 겸비해 신동엽창작기금(1988), 단재문학상(1883), 서라벌문학상(1996)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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