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여정 "아카데미상 받았다고 달라지지 않아, 나는 나"
애플TV플러스 '파친코' 25일 공개
"한국계 미국인子 영향, 이민자 애환 이해"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K-콘텐츠가 윤여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나 그렇게 바보는 아니에요."…"아카데미상을 받았다고 달라진 건 없어요. 같은 집에 살고 있고. 나는 나대로 살다 죽을 거니까요."
솔직한 입담은 여전했다. 윤여정은 언제 어디서나 호쾌한 답변으로 분위기를 주도한다. 위선과 가식에 몸서리치면서 배우로서 품격을 유지한다. 거리낌 없는 그의 연기처럼 매력적이다. 큰 무대에서 상을 받았지만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윤여정은 애플TV플러스 시리즈 '파친코' 공개를 앞두고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국내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 나섰다.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이후 1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인 만큼 수상 이후 변화에 대한 질문이 주어졌다. 그는 "처음 '파친코'를 할 때는 여러분이 제게 관심 없을 때였다. 이후 상을 받았지만 달라진 건 없다"고 손사래 쳤다.
거침이 없었다. 누군가의 덕분이라는 둥, 거창하게 겸손하겠다는 텅 빈 각오를 전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아마 나도 30~40대 나이에 아카데미상을 받았으면 둥둥 떠 있었을 거예요. 물론 상을 받는 순간에는 기쁘죠. 그런데 그 상이 나를 변화시키지는 않아요. 나는 나대로 살다 죽을 거니까. 어제 스티븐 연을 만났는데, 내가 그랬어요. '너는 안 타기를 정말 잘했다' '그 나이에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잘 했다'고요. 제가 운이 좋았죠.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에 노크를 했고, '미나리'가 우여곡절 끝에, 뭐 팬데믹 때문에 올라갈 수가 있었죠."
'파친코'는 이민진 작가의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을 4대에 걸친 연대기로 풀어낸다.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 회복, 인간의 강인함 등을 그린다. 한국어·일본어·영어 3개 언어로 제작돼 오는 25일 애플TV플러스에서 공개된다.
윤여정은 역경에 굴하지 않은 강인한 선자를 맡아 관록의 연기를 펼친다. 부산 영도 출신이지만 50년 넘게 일본에서 거주한 배역의 말투에 대한 질문도 주어졌다. 그는 "예전에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사투리 때문에 연기를 망쳤다"며 "이우정 작가한테 물어봤더니 현지에서 태어나지 않으면 그렇게 못 한다고 했다. 포인트만 줘서야지 현지인처럼 할 수 없다더라. 이번에는 사투리 코치한테 뉘앙스만 살리겠다고 했다. 16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60년 넘게 살았으니 액센트가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봤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전후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물으니 어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윤여정은 "엄마가 1924년생으로 그 시대를 살았다. 저는 해방 이후인 1947년에 태어났으니 당시를 잘 모른다. '파친코'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우리는 독립하자마자 6.25 전쟁이 발발했는데, '자이니치'는 재일동포도 아니고,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나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혹시 '자이니치'가 낮게 이르는 말일까 걱정해 물었더니 '자부심을 느낀다'더라"고 했다.
선자의 손자인 솔로몬 역을 맡은 배우 진하는 "윤여정 같은 마스터와 함께 일할 수 있어 기분 좋았다. 그의 연기를 최대한 많이 보고자 노력했다. 이런 좋은 연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운 좋게 같이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여정은 "자꾸 나한테 마스터라고 하는데 연기는 마스터 할 수가 없다"며 "늙은 배우일 뿐이다. 마스터라고 말하지 말라"고 재치 있게 응해 웃음을 줬다.
윤여정은 '미나리'에 이어 한국인 이민자의 삶을 다룬 '파친코'에 출연했다. 연이어 비슷한 프로젝트에 출연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미국의 작은 동네인 플로리다에서 9년간 살았다. 친구들은 다 미국 사람이었는데 나를 잘 도와줬고, 인종차별을 하나도 못 느꼈는데 아마 직장에 다니지 않아서 그런 거 같다. 그런데 우리 아들은 그걸 많이 느꼈다더라. 한국계 미국인으로 자란 아들이나 진하를 보며 '국제고아'처럼 느꼈다. 한국에서는 한국말을 못하니 미국 사람인 줄 알고, 미국에서도 외모가 다르니까 그렇다"고 말했다.
"'미나리' 대본을 들고 온 리 아이작 정 감독도 그런 면에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모두 우리 아들과 같은 상황인데.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 살 수가 없잖아요. 나 그거 안 해도 됐는데. 내가 비행기표를 사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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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윤여정은 "'파친코'는 한 가족의 80년 역사를 아우르는 작품인데 원작 소설과는 또 다르다. 시나리오를 보고 만족했다"며 "봉준호 감독 말처럼 '1인치의 장벽을 넘으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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