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대격변
완성차 업체 '인증 중고차' 추진 전망
품질보증·정보 습득 등 소비자 후생 ↑
온라인 채널 확대·시장 규모 커질듯

서울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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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김보경 기자, 유현석 기자]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입이 허용되면서 완성차 시장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구매과정에서 높은 문턱으로 작용했던 낮은 신뢰도, 극심한 정보 비대칭성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잠재 소비자를 끌어들일 만한 요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자사 브랜드 차량을 중심으로 한 사업안을 확정짓는 등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도 본격적으로 사업을 정비하고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일정 기준을 갖춘 차량만 제한적으로 다루고 나머지는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에 공급하는 한편 기존 중고차사업자와 각종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는 쪽으로 사업방향을 짰다. 소비자 기대가 큰 배경이다.

완성차 "인증차 위주로 다루고 기존업계 상생"

18일 관계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전일 열린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중고차 매매업은 재지정되지 않았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진출이 제한됐다. 2019년 2월 지정기한이 만료되자 기존 중고차 업체들은 정부에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재지정해달라고 다시 신청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존 매매업자의 반발로 정부에서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 이번에 결정을 내렸다.


다른 업종에 비해 소상공인이 사실상 거의 없고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에도 소비자 후생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완성차업체를 회원으로 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그동안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전환해준 것은 물론 앞으로 중고차산업이 발전할 계기를 마련했다"며 "기존 중고차 매매상과 긴밀히 소통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소비자 권익을 늘리겠다"고 전했다.

대기업, 중고車 진출길 열렸다…소비자 신뢰 '탄탄대로'(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현대차·기아는 경기 용인과 전북 정읍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사업방향을 가다듬는 등 물밑에서 준비해왔다. 이 회사가 최근 내놓은 중고차 사업방향은 일부 수입차 브랜드가 해왔던 인증 중고차사업과 비슷하다. 5년·10만㎞ 이하 차량만 대상으로 하고 따로 검증·정비 인프라를 통해 새 차에 버금가는 품질로 구매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차량은 지금처럼 중고차업체가 거래할 수 있도록 경매 등의 방식으로 넘기기로 했다.


일정 부분 점유율 상한선을 두는 등 마구잡이 확장을 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현대차·기아 외에 한국GM·쌍용차 등 다른 완성차업체도 올해 안에 중고차사업을 확정해 진출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차업체는 기존 중고차사업자 종사자를 대상으로 기술이나 고객응대 교육을 돕는 등 상생방안도 내놨다.


소비자 후생↑…"온라인채널 커진다"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다. 그간 제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사야 하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앞으로는 대기업이 품질을 보증하고 관련 정보도 많아질 가능성이 커져서다. 중고차 시장이 커가는 데 발목을 잡던 요인을 걷어치운 셈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신차 대비 1.4배 수준으로 미국(2.3배), 독일(1.9배) 대비 낮다.


서울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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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연맹 설문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14.8%, 매매상(판매자)에 대해선 11.2%에 불과하다. 극심한 정보 비대칭성으로 허위·미끼 매물과 품질에 대한 문제 등이 꾸준히 발생해서다. 협회에 따르면 주행거리나 연식이 거의 비슷한 같은 차종이라도 중고차 거래가격이 최대 60% 이상 난다. 차량상태를 보여주는 성능상태종합기록부가 있지만 항목이 부실하고 제대로 지키지 않아도 사실상 처벌이 없어 실효성 지적도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신뢰도가 낮다 보니 온라인 침투율도 지지부진하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반은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가 2020년 39조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온라인 비중은 5900억원으로 1.5% 수준에 머문다. 온라인 거래에선 공급·수요자 간 신뢰가 중요한데, 대면거래에서도 믿음이 없다 보니 온라인 시장이 커지는 데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완성차업체 진출로 중고차 시장 자체는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업체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성화된다면 소비자를 끌어들일 유인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진출이 이어진다면 시스템이 정교해지면서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시장이 전체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사라지는 한편 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명훈 자동차산업협회 연구원은 "최근에는 단순 판매가 아니라 제품 생애 전 주기 서비스 역량이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자동차는 내구연한이 길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참여는 제조업 서비스화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인천시 연수구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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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허용할지부터 정해야
당장 사업 개시 힘들어
자율·사업조정심의회 잇따라 개최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남에 따라 현대차·기아 등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를 가르는 ‘제2라운드’가 펼쳐진다. 기존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어느 수준까지 진입할지 결정하는 상생안 마련이 관건이다.


17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상생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판매업을 상생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심의·의결했다. 심의위는 소상공인,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단체 관계자와 전문가 등 15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됐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회의는 오후 8시께 종료됐다. 양측이 마지막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결국 무기명 투표로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 결과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5표, 미지정 8표, 기권 1표로 나타났다.


이날 심의위는 중고차판매업에 소상공인 비중이 낮고,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완성차 업계 진출을 통한 제품의 신뢰성 확보,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등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도 두루 고려했다. 앞서 2019년 11월 동반성장위원회에서도 중고차판매업이 적합업종에 일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낸 바 있다.


서울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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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중고차판매업이 적합업종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서 즉시 대기업 진출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를 위한 또 다른 제도인 ‘사업조정 심의회’가 있기 때문이다. 중소 중고차 단체는 지난 1월 중기부에 사업조정 신청서를 제출했고, 중기부는 중고차 시장 진출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차·기아에 사업 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린 상태다. 관련법에 따르면 중기부 장관은 3년 이내로 권고 기간을 정할 수 있다. 또한 심의회는 사업조정 신청일 1년 이내에 안건에 대한 심의를 마쳐야 하고, 필요한 경우 1년 이내로 심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대·중소기업, 소비자 단체, 유통업계, 법률 전문가 등 19명으로 구성된 자율조정협의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중소기업 피해 실태조사 이후 사업조정 심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자율조정을 통해 대기업의 진출을 어디까지 정할지에 대한 합의안이 도출되면,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업조정 심의회에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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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면서 "자율조정, 사업조정 심의회 등이 남아있어 대기업의 즉각적인 사업 개시는 힘들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도 "현대차·기아는 세계적인 완성차 제조업체인데, 중고차 판매업까지 진출하는 건 과하다"며 "중고차 딜러 6만명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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