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담론 없이 젠더갈등만 남은 선거[아경-동국대 폴리티쿠스랩 공동기획③]
20대 대선은 최초로 성대결 선거의 특징을 보였다. 이대남은 윤석열 후보를 58%, 이재명 후보를 36% 지지했다. 반면, 이대녀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역대 선거에서 특정 세대의 남녀가 이렇게 큰 지지율 격차를 보인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3월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마지막 tv토론회를 돌이켜 보자. 이날 토론 주제는 ‘사회분야’였음에도 시청률이 33.2%에 달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이전에 열렸던 두 차례의 토론이 그랬듯 이날도 주제와 상관없는 네거티브 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 가운데 주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가장 뜨겁게 논쟁을 벌인 것은 ‘젠더 갈등’이었다. ‘젠더 갈등’은 지난 1월 7일 윤석열 후보의 폐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가 포스팅된 후 2개월간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었다. 윤석열 후보는 남녀의 문제를 집합적으로 대결시키지 말고, 개인의 문제로 다뤄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성가족부가 역사적 소임을 다했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 기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젠더 갈라치기라고 비판하면서 여성가족부 존치를 공약했다.
젠더 갈등을 유발한 것은 문재인 정부다. 정부의 일부 청년 창업지원 제도에서는 장애인보다도 여성에게 가산점을 더 많이 부여했다. 또한 ‘미투’나 ‘곰탕집 성추행 사건’ 등은 남성을 잠재적인 가해자로 몰아가는 경향이 높아졌다. 정작 ‘페미니스트’를 외친 문재인 대통령은 안희정 · 오거돈 · 박원순 사건에 한마디 의견도 보태지 못했다. 여성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권익을 신장시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오랜 과제이지만, 남성이라는 이유로 성장기에 아무런 특혜를 받아보지 못한 2030 청년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역차별이고 불공정 상황이 된 것이다.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젠더갈등은 선거가 끝난 후에도 정부조직법 개정을 둘러싸고 제2라운드의 정쟁을 예고하고 있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이슈를 단순하게 젠더 갈라치기라고 이해하면 이 논쟁은 해결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기승을 부렸던 ‘굴절된 페미니즘’에 강항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2030세대 청년들의 문제의식의 뿌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여가부의 성과와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대안에 접근할 수 있다.
국민들은 ‘사회분야’에서 저출생과 고령화사회의 대책,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이념과잉을 극복하는 국민통합 등의 정책이 깊이 있게 다뤄지길 기대했다. 아쉽게도 어느 후보도 시대를 앞서가는 담론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전의 대선에서 뜨겁게 다뤄지던 복지 문제에 대해서도 큰 쟁점 없이 넘어갔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의 주장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의 종류에 따라 혼합적 형태로 실현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컨센서스가 형성된 측면도 있지만,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노선에서 발을 빼면서 복지논쟁이 싱거워진 것이다. 선거 초기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한 ‘기본소득’ 이슈도 이재명 후보가 물러서면서 사라졌다.
역대 선거와 달리 가장 적게 다뤄진 정책을 꼽으라면 교육정책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17대 대선에선 ‘수월성’과 ‘평준화’는 교육을 바라보는 큰 철학적 쟁점이었다. 그것은 자사고와 특성화고 설립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논쟁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두 후보의 교육 관련 새로운 공약은 매우 빈곤하였다. 사회적 논란이 지속 중인 대입정시 확대, 자사고 폐지, 학업성취도 폐지, 고교학점제 도입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수준이었다. 연금과 노동의 예민한 주제는 각자의 지지층 표 계산에 서로 회피하기 바빴다.
사회적 담론 없이 젠더 갈등만 남긴 선거는 끝났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수많은 갈등 이슈로 혼란스럽다.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필요하다.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많은 국정과제들이 인수위에서는 충분히 다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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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재 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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