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휘발유값 이번주 2천원 넘을 듯…세제 개편엔 이견 '팽팽'
거시경제·세제·에너지 전문가 모두
원유 수입관세 3%룰 완화엔 "공감"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기름값도 200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유가가 급락하긴 했지만 국내 시세엔 2~3주 뒤 반영되는 만큼 휘발유 가격은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유류세 인하 조치 확대 등 세제 개편에 대해선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과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969.88원으로 전날 대비 9.05원 상승했다. 전국에서 휘발윳값이 가장 비싼 제주는 1973.53원으로 0.41원 올랐다. 또 전국 평균은 1899.32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92원 올랐다. 국내 휘발윳값은 지난해 11월12일부터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로 시행하자 9주 연속 하락하다 올 초부터 상승 전환했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뛰면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휘발윳값 폭등 가능성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던 국제유가는 산유국 증산 기대감에 하락세를 나타냈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5달러(12.1%) 내린 배럴당 108.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산유국들에 산유량을 더 빠르게 늘리는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급락하긴 했지만 국내 기름값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WTI 시세가 지난 1일에서 8일 일주일 새 102달러에서 122.53달러로 20달러 넘게 오를 정도로 변동성이 컸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윳값이 국제유가보다 2~3주 늦게 반영되는 특징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발생한 국제유가 급등세가 아직 휘발윳값에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반영되면 휘발윳값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이번주 서울 휘발윳값이 2000원을 넘기고 전국 평균 가격도 19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휘발윳값이 2000원을 넘어설 경우 2010년 이후 12년 만이다. 업계 일각에선 3000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란 비관론마저 나온다. 미국, 영국 등 서방이 러시아산 석유 금수 제재에 들어간 점,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이 대외 변수로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는 점 때문에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유류세 20% 인하…"폭 늘려라"vs"'누더기 법' 안 된다"
다음 달 말 종료할 예정이던 유류세 20% 인하,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0% 적용 기간을 정부가 3개월 늘리기로 했지만,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온다. 서민 물가 압박 등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한선 '30%'를 확대하려면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법을 바꿔야 한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하면 ℓ당 141원의 추가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당장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는 시기라 유류세 한시 인하 의견이 나오는 것"이라며 "경기 둔화 과정에서 물가까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누더기 세제'를 만들 수 있으니 제도 개편엔 신중해야 하고, 법 개정보다 일부 주유소의 가격 조정을 소비자가 규탄하는 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번 국제유가 급등은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미스매칭돼서 발생한 것이지만, 앞으로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유가가 급등락할 수 있는데, 그때마다 세율을 고치면 자칫 '누더기 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휘발유 가격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의 이서혜 연구실장은 "서울 중구 SK에너지 서남주유소의 경우 이날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인 ℓ당 2829원에 휘발유를 팔고 있는데, 이는 2012~2013년 고유가 시기보다도 높은 가격"이라며 "만약 국제 투자은행(IB) 전망처럼 배럴당 150, 200달러 수준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하면 유류세 인하 확대가 필요하겠지만, 정부 조치보다는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주유소를 덜 찾는 쪽으로 유도하는 게 보다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원유 수입관세 3% 적용 한시 완화는 "고려해볼 만"
원유 수입관세 '3% 룰'을 한시 개선하는 데 대해선 거시경제·세제·에너지 전문가 모두 "고려해볼 만 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2008년 이후 14년간 한 번도 건드린 적이 없는 규정으로, 세계에서 한국 미국 칠레 3개국만 적용 중이다. 비(非)산유국 중에선 한국이 유일하다.
원유 휘발윳값엔 유류세 인하 조치가 더 큰 영향을 미치지만, 정유사의 원유 유입과 석유화학사의 석유제품 제조 단가 인하 등엔 수입관세 인하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의 목표가 '물가 안정'인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국제 IB가 배럴당 200달러 전망까지 내놓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과감한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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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는 "한국의 경쟁국 대비 한국이 수입하는 특정 품목의 관세가 지나치게 높다면 (제도를) 조정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 제고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비산유국 중 한국의 경쟁국인 국가의 수입 원유 관세율과 한국 수치를 비교해 우리 관세율이 높다면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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