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김수영이 쓴 시론과 문학론에 해당하는 산문만을 엮은 산문집이다. 20세기 역사와 정치, 문화와 문학이 뒤섞인 혼돈 속에서 정의한 자유가 무엇인지, 그 자유를 자신만의 미학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전쟁을 치렀는지, 그 치열한 고투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책 한 모금] 김수영 시인 ‘시여, 침을 뱉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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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된 셈인지 이런 지난날의 애수를 요즘 저널리즘에서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특성처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보인다. 출판업자들의 말에 의하면 요즘 독자들은 한국에 관한 연구 서적을 많이 찾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경향에 편승해서인지 민족 특성이라는 이름 아래 부질없는 왜곡된 해석을 내리는 견강부회의 이론이 적지않이 나오는 것을 보게 된다. 애수의 해석도 그중의 하나이다. 얼마 전에 베를린 영화제인가에 갔다 온 어느 기자가 쓴 글을 보니 ‘한국 사람들은 어째서 이렇게 눈물이 많으냐’고 그쪽 사람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놀라더라는 것이다. 나도 이 글을 읽고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공감을 느꼈지만 이것은 저속한 영화 제작자들이 애수의 매너리즘에 빠진 죄이지 우리 현실의 죄는 아니다. <57쪽>


고독이나 절망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고독이나 절망이 용납되지 않는 생활이라도 그것이 오늘의 내가 처하고 있는 현실이라면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순수하고 남자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위도에서 나는 나의 생활을 향락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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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여, 침을 뱉어라 | 김수영·이영준 (엮음) 지음 | 민음사 | 300쪽 | 1만4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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