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팬데믹으로 메타버스 가속화…韓 저출산, 코로나보다 심각"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소장
올해는 첨단기술 과도기의 해
메타버스·가상화폐·양자·우주
수년후 가상공간서 가족모임
韓, 저출산 정책 재설계 필요
디자이너 베이비 선도 가능
[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향후 3~5년 내 은행에서 주요 가상화폐의 예금, 환전, 송금 서비스 등이 시작될 것입니다. 아마존, 월마트, 코스트코와 같은 글로벌 유통업체에서는 가상화폐가 결제 수단으로 도입될 것입니다."
‘미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대표적인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 다빈치연구소 소장은 3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 올해의 예상 단어로 가상화폐를 꼽으며 이같이 전망했다.
프레이 소장은 "올해는 과도기의 해가 될 것"이라며 가상화폐와 함께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 , 양자, 자동화, 우주 등을 올해의 단어 후보군에 올렸다. 그러면서도 "하나만 고르라면 단언코 가상화폐"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코로나19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변화했다"며 메타버스와 긱노동자화(gigified)가 한층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레이 소장은 올해 있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선출될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이 주목할 어젠다로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 저출산, 이민, 통일을 꼽으며 아직 생소한 개념인 ‘디자이너 베이비(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수정해 탄생시킨 맞춤형 아기)’ ‘우주 기반 발전소’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 외에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 여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 변화, 미래 기술과 한국 경제가 직면한 과제 등에 대해 진단했다.
-전 세계가 팬데믹에 접어든 지 만 2년이 지났다. 백신 접종이 코로나19를 종식할 열쇠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에도 신규 확진과 사망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에는 팬데믹이 종료될 것이라고 보는가.
▲한마디로 답하자면 ‘아니다’. 코로나19는 앞으로 수년간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우리 삶에서 언제쯤 주요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일지 지켜봐야 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는 코로나19를 얼마나 예방할지에 초점을 뒀지만 기대한 결과의 일부만 얻는 데 그쳤다. 앞으로는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에 방점을 두는 게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예방과 치료에 모두 집중해야 한다. 제대로 된 치료법과 함께라면 코로나19는 감기나 독감만큼 환자 수가 줄어들 것이며 신문 1면에서도 관련 기사가 사라질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을 크게 바꿔놨다. 일부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미래를 앞당겼다고 하는데 동의하는가.
▲동의한다. 팬데믹은 미래의 일부 부분의 도래를 가속화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부분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일례로 우리 연구소는 팬데믹 이전까지 코워킹(coworking) 시설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었지만 이후 문을 닫아야만 했다. 문제는 우리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수많은 코워킹 시설들이 폐쇄됐다. 코워킹 시설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협업할 수 있는 생산적인 업무 공간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면 코워킹 공간이 도심 지역의 공실을 가장 먼저 차지할 것이다. 즉 업무의 본성이 대면과 가상참여의 하이브리드 형태로 바뀐다는 의미다. 메타버스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렇듯 앞으로 몇 년 후 우리의 아바타가 가상 공간에서 업무 회의에 참여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 지인, 동료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은 업무 방식과 패턴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꿔놨다. 향후 5~10년 후 직장 생활을 어떻게 바뀔까.
▲기술은 프리랜서 등 긱노동자(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고 일회성 일을 맡는 근로자)에게 권한을 줬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많은 근로자들이 긱노동자화될 것이다.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진 업무 환경과 의미 있는 업무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동시에 보장하는 것은 오늘날 젊은 사람들의 요구와 맞물린다. 상사가 업무와 관련한 모든 세부 사항을 결정하는 대신 긱노동자는 직접 자신의 업무를 이끌어갈 수 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유연함, 자유, 목적, 의미, 운명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갖출 것이다.
-2020년 올해의 단어는 ‘팬데믹’이었고 2021년은 ‘백신’이었다. 2022년 올해의 단어는 무엇이 될까.
▲올해는 아마도 과도기의 해가 될 것이다. 올해의 단어는 ‘가상화폐’, ‘메타버스’, ‘양자’, ‘음모’, ‘자동화’, ‘우주’가 될 것인데 이 중에서 하나만 고른다면 단언코 가상화폐다.
"가상화폐, 금융·유통서 널리 쓰일 것"
-중국 등 각국 정부들이 가상화폐를 규제하고 있다. 반면 각국 중앙은행들도 디지털화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상화폐가 향후 금융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보는가.
▲가상화폐에 대한 중국의 규제는 대규모 두뇌 유출을 초래할 것이다. 적절한 규제는 합리적이지만 전면적인 금지는 근시안적이다. 상당수의 대기업들이 가상화폐를 준비하고 있다. 향후 3~5년 안에 은행들은 환전, 예금, 송금 등을 포함한 가상화폐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아마존, 롯데, 월마트, 현대, 홈디포, 코스트코와 같은 소매업자들은 지불수단으로 가상화폐를 채택할 것이다. 2030년에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할부가 등장하고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여러 가상화폐를 지원할 것이다. 2035년에는 은행 대부분의 수입이 가상화폐 거래에서 창출될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우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우주 관광을 대중화하는 것이라고 보는가. 또 우주 산업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보는가.
▲중산층은 항상 부유층이 하는 것을 열망한다. 아직 억만장자의 놀이터 수준인 우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위성 통신이나 TV는 이제 과거 기술에 불과하다. 겉핥기식이라도 이미 우주 관광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만약 우주에 호텔과 발전소가 등장하고 인간의 거주지가 생긴다면 우주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우주에 대한 관심은 사람들이 얼마나 그곳과 연결고리를 가질 수 있느냐다. 우주 내 부동산 등 소유물을 보유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 우주 산업도 본격적으로 활기를 띨 것이다. 또 지구를 오고가는 항공편이 생기고 화성에서 채취한 광물 등 관련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하면 조만간 화성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도 등장할 것이다.
"韓 차기 대통령, 주변국 관계 면밀히 관리해야"
-한국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 총인구 증가율은 1949년 관련 통계 작성 아래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악화되는 재정 건전성 속 한국 경제가 활기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람 없이 경제도 없다.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자녀 양육에 대한 욕구를 잃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망한 사람을 생각하기 쉬워도 코로나19 때문에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을 고려하는 것은 어렵다. 한국의 저출산은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백신 접종이나 해외 입국 제한보다 더 정교한 해결책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때 국가들은 권위주의적이거나 하향식 해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출산율을 끌어 올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상향식 접근이 필요하다. 자녀를 키우는 장점이 단점을 훨씬 웃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육아에 대한 열정을 꺾는 모든 제도를 재설계하고 젊은 부부들에게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은 내년 3월 차기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한국의 미래는 누가 대통령이 될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주목해야 할 이슈나 어젠다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면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본과 좀 더 친밀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저출산은 문화적이고 제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책이 쉽지 않다. 여성이 한국의 미래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아직 크게 주목받고 있지 못하지만 디자이너 베이비가 곧 중심에 설 것이다. 한국은 기술과 윤리적인 측면에서 전 세계 디자이너 베이비 분야를 선도할 수 있다.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우주 기반 발전소도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 노동력 창출을 위해 누군가는 이민 문제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노동력이) 내부에서 오지 않는다면 다른 곳에서 와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불균형 도시’를 꼽을 수 있다. 위대한 도시들은 절대로 균형잡힌 도시가 아니다. 오히려 불균형했기에 위대질 수 있었다. 차별성에 주목하는 세계 무대에선 천편일률적 도시들은 큰 의미가 없다. 미국에서 뉴욕은 금융으로,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는 각각 엔터테인먼트와 기술 산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도 여러 방면으로 각 도시를 돋보일 불균형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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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레이는 누구= 2006년 구글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로, 기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견한다. IBM의 컴퓨터 엔지니어로 20여년간 근무하면서 디자인·기술 분야에서 270차례 이상 상을 받았다. 각종 보고서 등에서 ‘2030년까지 20억개의 직업이 사라질 것’ ‘2030년까지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 등을 예측했고 그가 작성한 미래 보고서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휼렛패커드(HP) 등의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미 최고 지능지수(IQ) 소유자 클럽 ‘트리플 나인 소사이어티’의 소속이기도 하다. 대표 저서로는 ‘미래와의 대화’ ‘에피파니 Z’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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