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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 1번지 가다]친환경차 전진기지, 현대차 체코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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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체코 공장, 높은 노동 유연성·생산성 자랑…1등 기록 제조기
해외 공장 중 유일하게 전기차(코나) 생산
최첨단 설비 표준화 공정 도입으로 차 1대 생산 평균 16.8시간 불과

탄소중립은 전 세계 국가의 공통 화두다. 특히 유럽연합(EU)은 2019년 12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이 세계 최초로 유럽 대륙의 ‘2050년 넷제로(net-zero)’를 선언하며 선봉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4월에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40%에서 55%로 상향하는 기후 법안에 합의했으며 같은 해 자동차 CO₂ 규제 강화 등의 구체적인 13개 정책 제안을 담은 ‘Fit for 55’ 패키지가 세상에 나왔다. EU가 첫발을 떼면서 직격탄을 맞은 곳은 자동차 산업계다. 규제 목표치 달성을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 입장이다. 하지만 2035년을 전후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차량이 어디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기회는 위기 속에 있는 법. ‘넷제로 1번지’ 유럽의 현황을 속속들이 살피고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 유럽 한가운데서 우리 기업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4회에 걸쳐 생생하게 전하고자 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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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비체(체코)=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북동쪽으로 약 300㎞를 차로 달려 노소비체에 닿으니 한적한 시골마을 풍경이 정겹다. 인구 1000여명의 낙후한 소도시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께 현대자동차가 완성차 제조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이 전해지고부터다. 체코에서 자동차 산업은 전체 제조업의 21%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라서 기대감이 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9년 준공 당시 ‘부회장’ 직함을 처음 달고 현장을 찾아 체코 공장을 유럽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며 힘을 실어줬다.


현대차 체코 생산법인 설립 15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11월 방문한 공장 일대는 ‘현대차 왕국’ 같았다. 공장 초입에 자리한 야적장(출고 대기장)부터 현대트랜시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동반 진출한 협력사 수십 개가 거대한 타운을 형성하고 있었다. 체코 사람이 애정하는 국민 기업 스코다를 뒤로 하고 현대차 공장에 취직한 현지인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백철승 현대차 체코 생산법인장은 "법인 설립 때부터 15년 이상을 함께 한 현지 직원이 많다"면서 "광활한 양배추 밭이 어느덧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랜드마크가 됐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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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65대" 누적 생산 400만대 눈앞= 현대차의 해외 생산기지 중에서도 체코 공장은 ‘기록 제조기’로 통할 만큼 으뜸이다. 공장의 대표적인 관리 지표인 대당투입시간(HPV)이나 생산 편성 효율, 생산 합격률 등에서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체코 공장의 HPV는 16.8 정도다. 자동차 1대를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데 평균적으로 16.8시간이 걸렸다는 의미다. 국내 공장의 경우 HPV가 28~3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조립 라인에 100명을 투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생산 편성 효율도 전년 대비 3% 좋아졌다. 한국 공장은 이 수치가 50%대에 그치는 반면 체코 공장은 80~90%대에 이른다. 이 공장의 지난해 시간당 생산량(UPH)은 57대였는데 올해는 65대로 눈높이를 상향 조정했다. 백 법인장은 "백오더(밀려 있는 주문량)만 10만대에 육박한 상황"이라며 "연간 생산 목표치를 32만여대로 올려 잡았다"고 전했다. 올해 하반기께 체코 공장의 누적 생산 대수가 400만대를 넘어서면 또 한번 기록을 쓴다.

공장 내부에 들어서니 오래전 지은 국내 사업장과는 달리 광장형 레이아웃을 담은 표준화 공정을 도입한 덕분인지, 내부가 유난히 깔끔했고 동선은 간결했다. 철판을 자르고 성형해 차체를 만드는 스탬핑(프레스) 공정을 시작으로 패널을 조립하고 용접하는 웰딩 공정에는 ‘HYUNDAI’ 이름이 새겨진 로봇 팔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현대로템의 5400t짜리 프레스 설비 2기와 현대중공업이 만든 노란색 로봇 385대가 품질 관리에 톡톡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청결이 생명과 같은 도장(도색) 공정은 접근할 수 없었다. 대신 도장 공정에서 의장(조립) 라인으로 넘어가는 직행률(합격률)이 96%대로, 현대차의 해외 공장 가운데 1등이라는 이창기 체코 공장 생산실장의 설명이 있었다.


혼류 생산 방식의 조립 공정에 가니 체코 공장의 주력 차종인 투싼과 i30, 코나EV가 라인을 따라 형형색색 자태를 뽐낸다. 헝가리에 있는 SK온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셀을 받아 모듈화한 배터리 팩을 코나 차체 아래 붙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63초 만에 한 대씩 차량이 빠르게 지나가는데도 마스크를 꼭꼭 쓴 채로 업무에만 몰두하는 현지 직원의 모습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국내와 달리 여성 인력 비율이 15%를 넘는 것도 특징이다. 육체 노동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되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라인에 주로 배치한다고 했다. 높은 생산성과 노동 유연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립을 마친 차량은 마지막으로 깐깐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공장 부지 한쪽에 있는 3.3㎞ 길이의 도로 주행 시험장에서 모든 생산 차량 점검이 이뤄졌다. 이 공장의 검차 라인을 통과한 신차의 생산 합격률은 96% 수준. 역시 국내(90% 내외)보다 높다.

현대차 체코 공장에 근무하는 현지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대당 서너명이 붙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쉴 새 없이 밀려오는 차량 조립 공정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차 체코 공장에 근무하는 현지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대당 서너명이 붙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쉴 새 없이 밀려오는 차량 조립 공정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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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공장·설비 모두 친환경·신기술 중무장= 현대차 체코 공장은 해외 생산기지 중 유일하게 친환경차를 만드는 곳이다. 어렵사리 코나EV 물량을 확보해 2020년 3월부터 자체 생산하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 배터리를 현지에서 조달하고 있는 점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큰 강점이다. i30 기반의 고성능 브랜드 ‘N’ 차량을 만드는 것도 자랑거리 중 하나다. 설비 기술력과 테스트 환경이 열악하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차량이기 때문이다. 체코 공장이 먼저 공정에 투입한 3D 스캐닝 기술은 품질 관리에 이점이 많다는 본사 판단 아래 다른 해외 공장에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체코 공장의 현재와 미래는 ‘친환경’에 답이 있다. 주력 선진시장인 유럽 권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내에서 친환경에 기반한 전략 차종 생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게 이 공장의 지향점이다. 백 법인장은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풀 라인업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단계적으로 지능형 스마트팩토리 전환에 나설 것"이라며 "특히 전동화 부분에서는 현지 직원의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2045년 탄소중립 완성을 선언한 현대차그룹의 청사진을 가장 먼저 실현해야 하는 곳도 체코 공장이다. 현대차는 지역별로 2035년까지 유럽 시장에서 판매하는 전 모델을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만 구성할 계획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수작전 대성공…점유율 역전극 쓴 현대차

현대차 체코 생산법인 임직원 일부는 지난해 공장 인근 야적장에 텐트를 치고 팔자에 없는 노숙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차를 한 대라도 더 빨리 실어 보내 고객에게 인도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겪은 카메라 관련 부품을 소량이라도 확보하면 현장에서 즉각 조립한 뒤 검차 과정을 거쳐 조금이라도 빨리 운송하는 식이다. 3만여개 부품을 모두 확보하고 나서 차량 제작에 들어가는 것보다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경쟁사를 찾아가 “어차피 지금 못 만들 거면 우리에게 팔아라”며 읍소하는 전략까지 썼다.


현대차 체코 생산법인이 지난해 폭스바겐을 제치고 체코 시장 판매 순위 2위를 차지한 배경에는 이 같은 차량용 반도체 ‘공수작전’이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산업계를 강타한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 속에 체코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만이 점유율을 확대한 비결이다.


체코자동차수입협회(SDA)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체코 시장에서 현대차의 누적 판매 대수는 1만8514대로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다. 체코 자동차시장은 ‘국민 기업’ 스코다가 30%대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어 글로벌 업체는 사실상 2위부터 순위다툼을 벌인다. 현대차는 2019년 2위였던 폭스바겐(8.30%)과의 점유율 격차를 1.41%포인트로 확대했다. 이어 도요타(4.90%)와 기아(4.77%) 순이었다. 기아 역시 전년 동기(7위) 대비 두 계단 순위가 올랐다.


판매 비중이 큰 체코에서의 현대차·기아의 호실적은 유럽 시장 전체 점유율 확대를 이끌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집계한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1~11월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94만3433대였다. 상위 5개 자동차 그룹 가운데 전년 대비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1위 폭스바겐그룹(-0.5%)과 3위 르노그룹(-10.9%)은 역성장했으며 2위 스텔란티스(0.8%)와 5위 BMW그룹(4%)은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현대차 체코 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를 양껏 만들지 못해 제때 차량을 받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딴 세상이었다. 공장 한쪽에 있는 86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현대차 전용 출고 대기장은 체코 공장에서 뽑아낸 따끈한 신차로 가득했다. 하루 1200~1300대가 주인을 찾아 실려나가는데, 공장 부지 내에 있는 철도 상차장을 통해 35%는 기차로, 65%는 트럭으로 운송한다고 했다.


이곳에서 만든 신차는 지난해 중동과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 72개국에서 팔렸다. 수출 국가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늘릴 계획이다. 메인시장은 서유럽이다.


현대차 체코 공장에서 생산한 코나 전기차(EV)가 검차 과정을 거치고 있다. 현대차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곳은 체코 공장이 유일하다.

현대차 체코 공장에서 생산한 코나 전기차(EV)가 검차 과정을 거치고 있다. 현대차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곳은 체코 공장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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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비체(체코)=김혜원 기자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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