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김만배·남욱 측 법정서 혐의 부인… '녹취록' 등사 놓고 檢과 신경전
'대장동 재판' 매주 1회 열기로
정민용 변호사 병합심리키로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측이 24일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날로 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다음달 10일부터 정식 공판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의 등사와 '녹취파일' 자체의 복사를 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 간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이날 오전 열린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대장동 사업의 모든 결정과 집행은 성남시의 이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며 "배임 혐의를 전반적으로 부인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또 "배임 공모를 전제로 하는 뇌물 약속 내지 수수 혐의나 2013년 3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도 부인한다"며 "세세한 건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김씨 측 변호인 역시 "혐의를 전부 부인한다"며 "그체적인 입장은 추후에 자세히 밝히겠다"고 했다.
재판부가 "유 전 본부장의 업무상 배임 사실이 없으니 피고인도 무죄라는 취지인가 아니면 유 전 본부장과 공모하거나 함께 한 구체적인 행위가 없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변호인은 "두 가지 다"라고 답했다.
남욱 변호사의 변호인도 "도대체 남욱 피고인이 어떻게 배임에 공모하고 가담했는지 일시나 구체적인 실행 행위에 대해 검찰이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아 방어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해 (검찰이) 밝히면 저희도 입장을 밝히겠지만 배임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 것 같고 피고인이 가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열렸던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충분한 기록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던 3명의 피고인 측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면서 이미 법정에서 대부분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힌 정 회계사 측과 나머지 세 피고인 측 간의 진실공방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재판부 역시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입장이 크게 갈리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피고인들과 정 회계사 사이에 핵심적 증거는 나머지 피고인들에 있어서 진술 증거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남 변호사 측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을 원하는지 의사를 물었고 변호인은 남 변호사 역시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21일 뒤늦게 기소된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사건이 병합될지를 묻는 김씨 측 변호인의 질문에 "저희 재판부에 배당이 돼 있는 상태"라며 "곧 병합결정을 내려 다음 기일은 같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더 이상 공판준비기일을 갖지 않고 다음달 10일 공판기일을 진행하겠다며 첫 공판기일에 증인들의 신문 순서와 증인들의 입증계획을 수립해서 의견을 내달라고 피고인 측에 요청했다. 가급적 매주 월요일마다 공판기일을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들 측은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 대한 등사와 '녹취파일' 복사를 놓고 검찰 측과 신경전을 벌였다.
남 변호사의 변호인은 "재판부가 절차를 그렇게 진행하겠다는 것은 알겠다"면서도 "그런데 현실적으로 재판 준비가 어렵다는 것도 재판장께서 이해하실 것으로 안다. 검찰에서 적절한 대응을 해주지 않으면 저희의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앞서 피고인들 측에서 제출한 의견서를 토대로 "(피고인들이) 녹취록에 대해 열람·등사, 그리고 파일이니까 파일 자체에 대한 복사도 필요한데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허가해 달라고 했는데, 저희가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 원만하게 검찰 측에서 협조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법원이 명령으로 핵심증거에 대한 등사나 파일 복사를 강제할 수 있겠지만 법원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보다는 검찰과 피고인 양측이 공판 진행에 관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기를 바란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검찰은 "녹취록에 대한 등사는 다 허용했고, 녹취파일에 대해서도 열람을 허용해 충분한 검토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며 "필요한 경우 법정에서 제생을 하는 등 할 테니 양해를 좀 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녹취파일 자체의 복사나 녹취록 전체에 대한 등사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해당 녹취파일에 다른 사람의 대화 내용이나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는 내용들까지 함께 담겨 있어서 유출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고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검찰은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녹음파일 분량이 상당한 상황에서 열람을 허용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내고 증거 채부결정을 하려면 사전 검토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녹취록의 열람·등사에 검찰이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다음주 중반 이내에 허용해주는 게 좋겠고, 만약 다음주 후반까지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재판부가 판단을 하겠지만 그렇게 진행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 변호사의 변호인은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구치소가 폐쇄되거나 접견이 제한돼 피고인들이 사건 기록을 검토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3만 페이지가 넘는 많은 분량인데다 자료가 복잡한데 코로나 때문에 접견이 제한돼 실제로 단독실에 있는 피고인들의 독방에 자료를 넣게 되면 (잠을) 잘 공간이 없을 정도로 협소하다"며 "이런 장소에서는 하루에 검토할 수 있는 분량이 제한돼 한달이 돼도 다 볼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검찰 측에서는 법정 좌석이 모자라 공판에 참여해야 할 검사가 출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법정을 좀 더 큰 곳으로 옮겨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 측이 "법정을 (좀 더 넓은 곳으로) 옮겨서 진행하는 건 어떻겠느냐"고 묻자 재판부는 "사회적 의혹이 큰 사건 진행에 있어서 현실적인 얘기를 너무 많이 하는 거 같다"며 "법원 현실이 중계법정을 시행하는 방법으로 큰 법정에서 진행할 사건들을 대안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대법정과 중법정은 꼭 필요하다고 하면 3월 이후에 법정 사정을 고려해서 좀 큰 법정으로 옮기는 걸 검토해보겠다. 단기간에는 어려울 거 같다"고 답했다.
검찰 측은 "지금 변호인들도 불편할 것이라 생각되는데 검찰 입장에서도 당일 기일에 (출석할) 증인 수나, 검사 수가 제한되니 관련 조치를 좀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극히 일부의 기자나 가족이나 이런 분들이 (법정에) 들어올 수 있고 그 외의 분들은 중계법정에서 지켜보는 방식으로, 방청석 상당부분은 검사와 변호사들을 위해서 아껴야 할 그런 상황"이라며 "관련해선 잘 준비해보겠다"고 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우리도 이제 월급이 1000만원" 역대 최고…'반도...
다시 검찰 측이 "검사석 한 석 정도만 (더) 확보를 해달라"며 "오늘도 5명이 오려다가 4명만 왔는데. 5명이 오면 앉을 자리가 없으니까 이 부분을 좀 말씀드리겠다"고 하자 재판부는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