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 “너를 박제하고 싶다”...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최재원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거침없이 펼쳐지거나 접혀지는 형식”의 시이다. 3행으로 끝나는 짧은 시부터 원고지 50매 분량에 달하는 산문시까지 다양하다. 그간의 시적인 것들의 틀을 과감히 벗어 던지면서도 시의 핵심으로 돌진하는 에너지를 지녔다는 평을 듣는다. 이론과 추상을 담아내는 형이상학적인 언어들뿐만 아니라 욕설, 사투리, 온라인 대화 메시지 등이 수시로 등장한다.
발아래 시체가 가득하다
땅만 보고 걷지 않았으면
알아챌 일도 없을 텐데 <14쪽>
너와 먹고 싶지도 자고 싶지도 않다. 나는 너를 박제하고 싶다. 약품 처리된, 내장이 없는, 까맣게 구슬이 되어 버린 눈동자, 그런 박제 말고 너의 가장, 가장 표면에 있는 것들이 너의 가장 아득한 곳을 담을 수 있도록, 가장 표면에 있는 것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숨도, 생명도, 심지어 내장이 라 할지라도. 너만은 시간의 흐름에서 구해 주고 싶다. 그것은 박제와 가깝지만 박제는 아니다. 그것은 어떤 흔들림의 보장, 니가 하루 종일 거울 앞에 서 있을 자유, 니가 끝없이 스스로에게 빠져들 자유, 끝없이 자신을 소모할 수 있을 힘. <55쪽>
차마 번역하지 못한 시큼한 단어들이
긴 손톱을 끌며 칠판 위를 거니는 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내 몸속에는 백 명의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데
나는 단 한 명분도
살아 내지 못하고 발가벗긴 침묵 중 <88쪽>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