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음주운전 처벌 보고 안 한 육군 상사 '징계' 판결 파기환송… "판단누락, 심리미진"
"수범대상 아닌 '지시 조항' 위반 징계사유 될 수 없어"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음주운전으로 민간법원에서 처벌받은 사실을 4년 넘게 상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육군 상사에 대한 군의 징계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진급선발 대상자'가 아니어서 애초부터 따를 의무가 없는 '육군지시 신고조항' 위반을 이유로 징계한 것은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을 누락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육군 상사 A씨가 1군단장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1군단장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 포병부대 소속이던 A상사(당시 중사)는 2015년 2월 18일 새벽 대전시 유성구에서 혈중알콜농도 0.094%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단속에 적발돼 같은 해 3월 대전지방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통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음주운전이 적발된 뒤 군사경찰에 이첩됐겠지만 그는 판결 선고가 나올 때까지 자신이 군인 신분임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4년여가 지난 2019년 말 감사원의 통보로 A상사의 음주운전 처벌 전력을 알게 된 군 당국은 형사처분 사실을 보고할 의무를 규정한 '인사관리규정'과 매년 발령되는 '부사관 진급지시' 위반을 이유로 A상사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민간법원에서 형사처분을 받은 경우 위 규정과 지시에 따라 징계권을 가진 직속 지휘관에게 즉시 보고해야 할 의무가 매년 발생함에도 이를 따르지 않음으로써 인사와 법무 계통의 각종 조치와 관련한 불이익을 면탈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했고, 이는 복종의무 위반 내지 지시불이행에 해당한다는 것이 징계 사유였다.
A상사는 이 같은 군의 징계처분은 무효 내지 취소 대상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패소했다.
재판에서 A상사는 민간법원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을 군에 보고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등 주장을 펼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원심 판결이 A상사에 대한 정당한 징계사유의 근거로 판단한 '지시' 조항은 A상사에게 적용될 수 없는 조항인데도 이에 대한 판단을 누락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육군지시 신고조항의 취지는 진급심사 대상자로 하여금 진급심사권자로서도 파악하기 어려운 민간법원 처벌전력을 신고하도록 해 진급심사에서 부정적 요소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군사법원 처벌 전력이 있는 다른 진급심사 대상자들과의 형평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사건 육군지시 신고조항은 신고 의무자를 '진급선발 대상자'로 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2016년 8월 1일 중사에서 상사로 진급했다"며 "따라서 원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사 진급심사 대상자를 '2013년 12월 31일 이전에 상사로 진급한 자'로 정하고 있는 이 사건 육군지시의 수범자라고 보기 어렵다(A상사에게 적용될 수 없는 지시라는 의미)"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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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육군지시 신고조항의 수범자가 아니라는 원고 주장에 대한 판단을 누락한 채 원고가 그 수범자라고 전제하고서 원고가 위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판단누락, 심리미진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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