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장관 " 쌀 시장 격리, 필요한 시기에 즉시 가능"
"쌀값 하향곡선 당분간 지속…필요하면 격리"
"AI, 앞으로 1~2주가 중요…계란 수급 이상 無"
CPTPP 비교열위 품목은 언급 않아…"논의 중"
"농지법 개정이 귀농 의지 꺾어선 안 돼"
"원유 용도별 차등 가격제 도입 필수" 강조
"'미래 없는' 낙농업 미래 만드는 게 정부"
[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쌀 시장 격리'를 "필요한 시기에 즉시 시행할 수 있다"고 16일 밝혔다.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증가해 쌀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30만 톤(t)을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농민단체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쌀값 하향곡선 이어질 듯…필요한 시기 격리 가능"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현 쌀값 하락세에 대해 김 장관은 "올해 생산량이 실 수요량보다 27만t 정도 많은데, 가격이 전체적으로 약세고 아무래도 하향 곡선(을 보이는 현상)이 조금 더 지속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달 24일 쌀값 폭락을 우려하면서 쌀 27만t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시장격리를 제안했지만 기획재정부와 농식품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쌀 27만t 시장 격리에 정부가 즉각 나서주길 재차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이날 자신의 SNS에 "농민들의 애타는 심정을 외면하지 말고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썼다. 쌀 30만t의 시장격리를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김 장관은 '쌀 시장 격리를 할 수 있냐'는 질문에 "쌀 과잉 생산(과 그에 따른 격리)은 수급 상황뿐 아니라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은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혹시나 그 과정에서 필요한 시기가 되면 즉시 (격리) 하겠다"고 답변했다.
AI 방역, 앞으로 1~2주가 골든타임…계란 수급 문제없다"
조류인플루엔자(AI) 국내 확산과 관련해선 "향후 1~2주간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김 장관은 진단했다. 지금까지 산란계 살처분 사례가 70만수(마리) 정도 되는 상황이고, 아직 (계란) 수급 문제는 없다고 봤다.
다만 '위험도에 비례한 살처분 범위의 조정' 원칙을 유지하면서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를 통해 양·음성 유무를 잘못 파악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AI는 오리에서 시작해 오리에서 끝난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까지 확인된 13건의 AI 확진 사례 중 7건이 오리, 6건은 육용오리였다"며 "2주 단위로 살처분 범위를 조정하는 중인데, 그때마다 위험도 평가를 (철저히) 해 살처분 범위를 줄여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CPTPP 비교열위 품목 언급 않아…"이해관계자 의견 듣는 중"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과정에서 농축수산물이 개방에 따른 농가의 우려가 큰 가운데 김 장관은 "이해관계자와의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지금 정부 (임기) 내에 CPTPP 가입 신청서 제출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다.
김 장관은 아직은 우리가 대외적으로 CPTPP 가입 논의를 하는 단계라고 밝혔지, 가입 신청서를 낸 것이 아니라고 환기했다. 비교열위 품목 및 교역국에 대해 취재진이 재차 묻자 김 장관은 "CPTPP 가입 시 영향이 어떻게 될지 등을 저희 나름대로 검토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관련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는다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말씀드린다"며 "(비교열위) 품목과 관련된 말을 지금 하긴 어렵다"고 답변했다.
내년 2월 발효될 예정인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과 관련해 김 장관은 "RCEP이 농업계에 미치는 직접적 피해보다는 간접적인 피해가 더 많고, RCEP(발효)으로 관세가 낮아지는 품목과 국내 (농업) 주요 품목 간 1:1로 매칭되는 품목은 많지 않다"며 "주로 생각하는 부분은 과수 부문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추가 보완 대책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지법 개정이 귀농 의지 꺾어선 안 돼"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로 농사를 직접 짓는 농민만 땅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농지법이 강화된 것이 자칫 실제 귀농을 기획하는 이들의 의지를 꺾는 장애물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김 장관은 강조했다. 정부가 농지 소유주의 주소 소재지 중심의 '농지원부'가 아닌 해당 토지 필지 중심으로 보유 현황을 추적하는 '농지대장'으로 체계를 바꾸기로 했는데, 내년 안에 시스템을 완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장관은 "농지법 개정이 진짜 농업을 시작하겠다는 분들의 농지 확보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지법 개정으로 농업진흥구역 내 농지를 주말·체험 영농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도록 한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통계를 보니 주말농장을 진흥구역에서 (경작)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더라"라면서 "예를 들어 (귀농을 계획한 청년농 등이 아닌) 농업 법인 혹은 땅 투기가 의심되는 지역에서 (농지를) 사들이면 심사를 굉장히 강화하는 것이지 (귀농민들의 농지 확보 등에는) 가급적 애로가 가지 않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없는 낙농산업 미래 만드는 게 정부 역할…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필수"
원윳값 가격 체계를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반드시 개편해야 한다고 김 장관은 강조했다. 생산비 연동제는 낙농진흥법에 명시된 '생산자(농민)와 수요자 측의 상황을 두루 고려한다'는 법 원칙과 맞지 않는 체계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에 따르면 유업체 입장에서 수입산을 구매하는 데엔 리터(ℓ)당 400원이면 되는데 국산 원유를 사려면 1100원가량 드는 상황이다. 이 같은 가격 차 때문에 유업체가 치즈 등 유제품을 만드는 원료를 수입산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됐고, 2001년에 70%대 후반이던 원유 자급률이 지난해 40%대로 3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는 설명이다. 김 장관은 "소위 '흰 우유'(음용유)와 (치즈 등) 가공유 간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의사 결정 체계도 뜯어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에 따르면 15명인 낙농진흥회 이사회 이사의 2/3의 동의를 해야만 이사회 개최가 가능한 상황이다. 15명 중 생산자가 7명이 생산자로 구성돼, 이들 모두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사회 개최조차 불투명해지는 구조다. 김 장관은 "연말에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한 번 더 열 예정인데, 여기서 (생산자 등과) 논의해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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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낙농 산업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에 대해 '미래가 없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낙농 산업은 지금처럼 가면 미래가 없다"며 "미래가 없는 낙농의 미래를 만드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고, 그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지 다른 의도가 있을 수가 없다. 이 같은 의지를 반영해 (생산자 등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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