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 정서와 괴리…헌재의 '그사세'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7대2."
우리나라 최고 사법기구인 헌법재판소가 지난 25일 2번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에 대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하자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숫자에 주목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7대2로 위헌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점이 "의외"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팽팽할 줄 알았는데 위헌 쪽으로 쏠려 놀랐다"며 "헌법재판관들은 윤창호법이 시행될 당시부터 위헌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다. 음주운전자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는 갈수록 커지는데 그에 비하면 괴리감이 드는 결정"이라고 했다.
국민들도 헌재의 결정에 의아해하는 듯하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을 관장하는 기관이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결정을 내놓은 것이다.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2년, 벌금 1000만원으로 정해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행위까지 지나치게 엄히 처벌하도록 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대목도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음주운전은 단 한번이라도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헌재는 경우에 따라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음주운전 행위"가 있을 수 있고 이를 일률적으로 강하게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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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헌재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들의 기본권을 위해 심판대에 올라 역사를 쓴 영웅이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민에 실망을 안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했던 것이 불과 4년 전이었다. 일부 논란이 있었지만 군대 내 동성애 처벌 합헌(2016년), 낙태죄 헌법불합치(2019년) 등 굵직하고 유의미한 결정들도 있었다. 이번 윤창호법 위헌 결정으로 그간 쌓아온 신뢰의 탑이 흔들리고 있다. 헌재는 3년 넘게 심리해온 사형제 헌법소원의 결론을 앞두고 있다. 사형제는 앞서 1996년, 2010년 헌재에서 합헌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헌재는 윤창호법에 이어 또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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