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겨우 이어진 통신선, '단단한 징검다리' 되어야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남북 대화의 상징인 남북통신연락선이 2달여 만에 가까스로 복구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시정연설을 통해 복구 방침을 밝힌 지 닷새만이다. 벌써부터 곳곳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비핵화 협상에 대한 장밋빛 기대감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은 언제나 예측하지 못하는 행동을 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남북통신연락선의 첫 복구가 이뤄졌던 지난 7월 말도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비핵화·정상회담 등이 당장이라도 이뤄질 것만 같은 긍정적 전망이 여럿 제기됐다. 그리고 북한은 그런 전망들이 무색하게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2주 만인 8월 10일 연락을 끊고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김 총비서가 직접 시정연설을 통해 통신선 복원 방침을 밝힌 만큼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때도 통신선 복원의 이유는 양국 ‘수뇌분들의 합의’였다. 북한은 수뇌급의 의사결정을 통해 이뤄진 결과들도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예측 불가’ 그 자체다.

북한의 행동을 아예 관측할 수 없는 건 아니다. 7월 말 통신선을 복원한 북 측은 곧바로 다음 달 1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적대적 전쟁 연습"인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손바닥 뒤집듯 중단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한미 당국은 결국 규모를 축소해 연합훈련을 실시했지만, 북 측은 이마저도 못마땅하다는 듯 통신선을 끊어버렸다.


이번에도 그때와 비슷한 요구사항이 있다. 아니, 그때보다 더한 것이다. 바로 적대시 정책·이중기준 철회다. 적대시 정책이란 한미 연합훈련과 대북 제재 등을 포괄하는 더 큰 개념이며, 이중기준 철회란 자신들의 신무기 개발을 ‘도발’이 아닌 ‘국방력 강화’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미 연합훈련과 제재도 중단하고 자체 핵·미사일 개발도 인정해 달라는 것인데, 이는 우리 정부 차원에서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단 대북 제재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태도가 단호하다. 미 측은 남북 대화를 협력·지지한다면서도 연일 북 측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준수와 기존 유엔 제재의 이행 등을 강조하고 있다. 안보리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비록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성명은 채택되지 못했지만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국제 여론이 단호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제재 완화’ 필요성을 시사했지만, 미 측은 "통일된 대북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일축해 버렸다.


이는 언제든 북한이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을 철회하지 않았다며 김 부부장 명의로 담화를 내고 또다시 ‘침묵’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 ‘도발’이라는 표현 대신 ‘유감’이라는 표현을 쓰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남과 북은) 대립할 이유가 없다"고 유화적 메시지를 던진 것 또한 일단 북한의 심기를 달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AD

박수현 청와대 소통수석은 종전선언까지의 길을 ‘징검다리를 놓아가며 가는 길’로 표현한 바 있다. 그만큼 여러 단계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뜻으로,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이라도 결코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징검다리인 남북통신연락선을 통한 소통부터 단단히 해 놓아야 그다음 단계의 징검다리도 단단히 놓을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첫 징검다리를 막 딛고 있을 뿐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