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야만 꼭 가족인가요"…비혼동거 만족도 높지만, 제도 이용엔 한계
비혼가족, 주거지원제도·의료정책 등서 어려움 겪어
시민들 "이젠 다양한 가족 형태 인정해야" 요구
용혜인 의원 '생활동반자법' 토론회 개최
"정상가족에 포함 안되는 새로운 관계 유형 많아"
자료 사진. 혼인 신고 없이 같이 사는 '비혼 동거' 가족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 서울에서 동거인과 함께 살고 있다는 20대 후반 직장인 김모씨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결혼에 대해선 망설이고 있다. 집을 마련할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도 있지만, 결혼 후 뒤따르는 가정에서의 역할이나 자녀 계획 등을 실행하기엔 부담스러움을 느껴서다. 또 사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주택·의료 등 정책적 지원은 여전히 비혼동거 가족에겐 미흡한 측면이 많다고 김씨는 토로했다. 그는 "동거인이 응급 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 법정 대리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불안하다"라며 "개인적인 이유로 비혼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지만, 많은 제도가 여전히 결혼한 관계,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에 맞춰져 있다"고 했다.
최근 혼인 신고 없이 같이 사는 비혼동거 가족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비혼동거인들은 자신의 생활에 만족도가 높았으나 사회적 제도 이용에 많은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15일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비혼동거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12일부터 11월6일까지 만 19~69세 일반 국민 중 현재 남녀가 동거하고 있거나 과거 동거 경험이 있는 300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비혼동거 가족은 배우자에 대한 만족감이 높았다. 동거인과의 관계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63%로 나타났다. 같은 해 진행된 가족실태 조사의 배우자 관계 만족도(57.0%)보다 6%포인트 높았다.
응답자들은 동거의 긍정적인 면으로 88.4%가 '정서적 유대감과 안정감'을 들었다. 이어 '상대방 습관·생활방식 등에 대한 파악으로 결혼 여부 결정에 도움'(84.9%), '주거비 등 공동부담으로 경제적 부담이 적음'(82.8%),' 각자의 독립적 생활이 존중됨'(65.0%)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동거 사유로는 전 연령층이 '별다른 이유 없이 자연스럽게'(38.6%)를 가장 많이 꼽았다. 남성은 동거 사유로 '집이 마련되지 않아서'(26.9%)를, 여성은 '아직 결혼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해서'(28.1%)라고 응답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비혼 동거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혼동거 가족의 63%는 동거인과의 관계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같은 해 진행된 가족실태 조사에서 나타난 배우자 관계 만족도(57.0%)보다 6%포인트 높았다./사진=연합누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그러나 이들은 사회 제도 이용에선 많은 불편함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로 인한 불편함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이 '주택청약, 주거비 대출 등 주거지원제도 이용의 어려움'(50.5%)을 꼽았다. '동거가족에 대한 부정적 시선'(50.5%), '법적인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함'(49.2%) 등의 이유도 뒤를 이었다.
동거인과 3년째 함께 살고 있다고 밝힌 직장인 이모(35)씨는 "부부가 아니면 주택 관련 기관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법적 부부인 사람들에 비해 지원받을 확률이 낮다"라며 "모든 제도가 자녀를 가진 부부를 우선으로 하다 보니 불이익을 받는다고 느낀다"고 토로했다.
응답자들은 비혼동거 가족에게 필요한 정책으로 '수술동의서 등 의료적 결정 시 동거인을 법적인 배우자와 동일하게 인정하도록 관련 법 제도 개선'(65.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동거관계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한 부모 지위 인정'(61.6%), '공적 가족복지서비스 수혜 시 동등한 인정'(51.9%), '사망, 장례 시 법적 배우자와 동일하게 인정'(50.2%) 순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비혼동거 가족을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는 지속해서 있었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당시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혼인이나 혈연으로 이뤄지지 않은 생활동반자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을 추진했다. 그러나 일각의 반발로 발의로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생활동반자법을 추진하기 위한 토론회가 진행되는 등 관련 논의가 재개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가족, 결혼을 넘다'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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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의원은 토론회에서 "정상가족이 포괄하지 못하는 새로운 관계 유형 많이 생겨났다. 정상가족이라는 기준을 정해놓고 그 외의 관계는 제도적 혜택에서 차단하고 제외하는 것은 더이상 정당하지 않다. 지금의 복지제도는 청년대출, 신혼부부대출, 아동수당으로 삶의 코스를 정해두고 있는데, 특정한 생애 모델을 국가가 우대해선 안 된다"며 생활동반자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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