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사퇴 의사 밝혔다가 6월 총장직 복귀
"격차 해소 위해 열악한 지방대 더 지원해야"
해외 유학생 등 고등교육 수요 확보 강조

해임사태 딛고 돌아온 대구대 김상호 총장 "우수대학만 지원, 격차 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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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추가모집 때 20명이 왔다. 미달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신입생의 ‘양’보다 교육의 ‘질’을 관리하자고 했는데 의견이 달라 그만두려고 했다."


올해 신입생 정원의 20%를 채우지 못한 대구대에서 총장이 사퇴를 선언해 대학가에 파장이 일었다. 당사자인 김상호 대구대 총장(사진)이 1일 하계총장세미나 행사장에 등장했다. 다른 학교 총장이 악수를 청하면서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김 총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로 해임당한 후 농사를 짓다 총장으로 복귀했다. 2월 말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편제 개편이 마무리된 5월 말에 사퇴하려 했다. 이사회는 3월에 그를 해임했다. 김 총장은 법원에 총장 해임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항소심에서 받아들여져 6월1일부터 총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 총장은 "이번 입시는 꼭 성공해야 한다. 학교 안정과 수시모집 성공에 올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방대 충원난과 서열화가 심화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부익부 빈익빈’을 언급했다. 김 총장은 "고등교육도 보편적 복지인데 대학 재정지원은 경쟁 논리만 적용된다. 우수 대학만 지원하니 격차가 더 심해진다"며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열악한 환경에 놓인 지방대를 더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교육부가 문제에 앞서 대책을 만들기보다 상황이 벌어진 후에 채찍과 당근을 주니 대학은 끌려다닐 수밖에 없고 평가에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고 2040년에 또 인구절벽이 온다. 줄이는 것이 꼭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대구대도 학과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그는 "가장 미달 규모가 컸던 수학과는 빅데이터과에 통폐합됐다"며 "양(정원)을 관리하면서 버티는 건 못하겠다 싶어 사의를 표명했다. 교육의 ‘질’을 관리하면서 연착륙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원 축소나 학과 통폐합은 학내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처럼 고등교육 수요를 해외에서 유치해야 한다는 게 김 총장의 생각이다. 그는 "교육도 내수만으로는 어렵고 국제 경쟁력 키우기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고등교육이 고도화되지 않은 나라들은 기초과학 분야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국내에서는 기초학문은 주춤하고 서비스 관련 분야가 각광받고 있다. 대구대는 반려동물학과를 신설했는데, 기계공학·토목공학·화학공학 지원율은 줄었고 대구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김 총장은 "중하위권 학생들이 어려운 학문을 기피한다. 서비스 중심으로 학문이 재편되면 산업 인력을 배출하기 어려워진다"며 "이런 문제는 교육부가 해결하기 어렵고 대선 공약에 반영해서 고등교육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교수생활 하면서 답답한 게 많아 총장 선거에 나갔는데 총장을 해보니 더 풀지 못 하는 문제들이 많았다. 한계에 부딪히면 떠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었다"며 "재단이 직선제를 없애려고 해서 보장하지 않으면 사퇴를 못한다고 했다. 학교 역사에 죄인이 될 수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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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난 지 10분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그는 "신임 이사장과 통화했는데 각자 주어진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대화하기로 했다"며 "갈등을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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