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테이퍼링 논의, 핵심은 고용
5월 초 발간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융안정보고서는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자산시장의 ‘거품’을 경고했다. 낮은 국채수익률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자산의 가치가 고평가 됐으며, 앞으로 위험자산의 선호가 바뀔 때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했다. 보고서에 밈(Meme) 주식(기업의 가치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회자돼 과대평가된 주식)이라는 표현은 무려 세번에 걸쳐 등장한다. 덧붙여 아케고스 사태와 같이 금융당국이 레버리지 실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서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런데 여기서 유동성을 책임져야할 통화당국이 굳이 자산시장의 거품을 경고하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 4반세기 전 앨런 그린스펀 당시 Fed 의장은 (후에 닷컴 버블로 밝혀진) 거품은 붕괴돼야 그것이 거품이었는지 알 수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퇴임 후 그는 Fed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고백했다. 극단적인 시장신뢰자조차 중앙은행은 자산시장의 과열을 방관하면 안 된다고 한 것이다.
국제상품에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가가 오르고 있다. 그동안 미뤘던 보복소비 때문이라면 물가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생산자물가는 결국 소비자물가 추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더욱이 지난 6개월에 걸쳐 한미 양국의 생산자물가가 크게 오르는 패턴에는 글로벌경제의 공동요인이 있다는 개연성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물론 제로금리와 월 1200억달러에 이르는 Fed의 자산매입, 조 바이든 정부의 역대급 경기부양책에서 비롯한다.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팬데믹위기에서는 각종 통화지표가 천정을 뚫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전문가들 사이에 2023년까지 유지하겠다는 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이 생각보다 일찍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그러나 Fed는 완전고용과 평균 2% 인플레이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전히 팬데믹 이전 고용수준보다 840만명이 부족하고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것이라는 진단이다.
고용은 현재 Fed가 고심하는 가장 중요한 통화정책 목표다. 실업기간이 길수록 실망실업자, 즉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될 가능성이 큰 실업의 속성 때문이다. 경기침체를 벗어나 실업률(실업자수/경제활동인구)이 낮아져도 고용률(취업자수/생산가능연령인구)은 쉽게 회복되지 못하는 것은 침체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뿐 아니라 이들의 평균 실업기간도 늘리는 데 요인이 있다.
2009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의 최장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고용률이 침체 전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10년 이상 소요됐다. 2021년 4월의 평균실업기간은 28주가 넘었는데 과거 어떤 침체기에서도 이토록 긴 적은 없었다. 현재 구인난으로 임금상승압력이 높아지고 있으나 과연 언제 고용이 팬데믹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작년 6월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금리인상에 대해 ‘생각조차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개된 4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참석자들은 앞으로도 경기확장이 지속된다면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통화정책방향이 경로의존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핵심은 고용과 인플레이션에 있다. 만약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뚜렷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Fed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것은 시장도 마찬가지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월 150만원 견디느니, 美 가서 5억 벌죠" 서울대...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