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달 22일 평택항서 개방형 컨테이너 작업 중 숨진 23살 하청노동자 이선호 씨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청년 노동자 故 이선호님을 애도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왜 바뀌지 않을까요"라며 "산업안전보건법 상 반드시 있어야 할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는 없었고, 고인이 처음으로 컨테이너 업무에 투입됐음에도 안전교육도 안전 장비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원청업자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너무나도)익숙한 풍경"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나아가 "여전히 법은 멀고 위험은 가깝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국가의 제1책무라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고, 그렇게 중대재해처벌법도 만들었지만 비용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원칙은 아직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살았던 또 한 명의 청년을 떠나보내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거듭, 거듭 요청드린다"며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법이 있어도 경찰이 없다면 살인사건을 막을 수 없듯이, 인력과 여력이 충분치 않아 근로감독에 어려움이 있다면 과감하게 업무를 나누고 공유하면 되는 만큼 근로감독권한을 지방정부와 공유해 달라"고 간곡히 정부에 요청했다.
특히 "당장의 국민 생명과 안전이 달린 일이라면 지금이라도 못할 것이 없다"며 "한 해 2400명, 하루 6명 이상 일터에서 죽어 나간다"고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안타까운 대한민국 노동 현장을 김훈 작가의 글로 대신했다.
"날마다 우수수우수수 낙엽처럼 떨어져서 땅바닥에 부딪쳐 으깨집니다"
앞서 대학교 3학년이던 이선호 씨는 지난해 1월부터 평택항 현장 작업반장인 아버지를 따라 평택항 물류운송 작업장에서 물류검사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사고 당일인 지난 달 22일은 선호씨가 일하는 날이 아니었지만 인력이 없다 보니 선호씨가 현장에 불려나갔다. 이날 선호씨 아버지는 컨테이너 핀 제거 일꾼을 보내 달라는 관계자의 연락을 받게 되고, 일꾼 A씨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마침 옆에서 있던 아들 선호씨에게 말을 전달하라고 심부름을 시킨다.
선호씨가 일꾼 A씨에게 가서 아버지 얘기를 전하니 A씨는 자기 혼자서는 못하는 일이라며 선호씨를 대동하게 된다. A씨와 선호씨가 현장에 가니 지게차 기사가 컨테이너 주위 정리작업을 시켰고 선호씨는 관련 작업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안전교육도, 작업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안전장비 하나도 착용하지 못하고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지게차 기사가 일하는 선호씨를 미처 보지 못하고 컨테이너 한쪽을 접자 그 진동으로 선호씨 근처에 있던 300Kg짜리 다른 쪽 컨테이너가 선호씨를 덮치면서 사고가 났다.
더 큰 아픔은 사고 이후였다. 300㎏ 컨테이너 날개가 선호씨 몸을 덮쳤지만, 선호씨의 아버지는 사고 당일 오후 5시가 다 될 때까지 선호씨의 죽음을 몰랐다. 퇴근 시간이 다 되도록 직원들이 집에 갈 기미가 안 보이자 '오늘 일 참 심하게 시키네' 하며 현장을 돌아보던 중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컨테이너가 바닥 가까이 기울어 있었고 그 밑에 "자는 듯이 엎드린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선호씨 아버지는 잠시 '아들이 뭘 줍고 있나'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아들이 죽은 사실을 확인한 선호씨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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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선호씨는 119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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