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종이신문 역할은 아직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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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희 전문위원


종이신문 몇 종류를 구독하고 있다. 전체를 정독하지는 못한다. 더 많은 뉴스와 정보를 얻는 쪽은 모바일이다. 휴대폰을 하루종일 들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종이신문을 집고 꼭 하는 일이 있다. 1면부터 마지막면까지 제목과 기사 크기를 훑어본다. 기사 배치가 바로 메시지다. 첫 면에서 그 언론사가 오늘의 세상을 어찌 보느냐가 드러난다. 사회면·경제면 역시 마찬가지다.

한정된 지면에는 취재기자와 데스크, 편집기자의 고뇌가 깔려 있다. 훅 퍼지는 잉크 냄새. 미묘한 종이의 질감. 옛 향수를 종이신문이 주는 즐거움으로 드는 이들이 있다. 그를 넘어 종이신문의 큰 장점은 정제미라고 본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는 스스로 좋아하는 정보를 찾아보게 된다. 종이신문은 정제된 기사, 정제된 제목, 정제된 편집으로 독자를 찾아 간다.


온라인 기사도 편집 과정은 있다. 신속성을 앞세우다 보니 변화무쌍하다. 당장의 클릭수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제목부터 자극적·즉흥적이 되곤 한다. 특히 다양해진 정보 전달수단이 혼돈을 부채질하고 있다. 페이스북, 유튜브. 정치권의 진영 논리까지 더해지니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럽다. 가짜뉴스 논란이 뜨겁다. 유튜브를 즐겨보는 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일방적인 주장을 맹신하는데 기가 질린다.

몇 년전 영국의 한 회사가 5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돌렸다. 인류에게 가장 위협이 될 존재를 물었다. 인구와 환경문제, 핵전쟁, 전염병이 꼽혔다. 그중 한명이 페이스북을 지목했다. 여론 왜곡의 부작용을 의식했으리라 짐작된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트윗과 대중연설을 통해 뿌렸던 뉴스를 따져봤다. 4년 재임기간 중 3만번이 넘는 거짓말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세계 최강대국 정상이 이러했으니 세상이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종이신문은 쇠락 중이다. 대다수 언론사가 온라인 퍼스트를 강조한다. 온라인 기사를 송출하고, 그 가운데 일부를 추려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지면에 싣는 기사량의 한계, 느린 속도, 불편한 유통수단. 종이신문의 단점을 하루 아침에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하지만 이를 장점으로 승화시킬 때 활로가 열린다. 담백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는 역할이다.


종이신문을 놓고 역발상 쪽으로 가는게 어떨까. 튀지 않는 제목과 편집. 정보전달에서 느림의 미덕. 그를 활용해 팩트체크가 확실히 된 뉴스만 싣도록 한다. 독자들에게 "종이신문에 보도된 내용은 신뢰할 만하다"는 인식을 확고히 주자는 것이다. 최근 젊은 기자들 사이에 정파를 떠나 팩트를 향한 갈망이 표출되고 있다. 종이신문이 그에 부응하는 첫번째 수단이 될 수 있다. 온라인에서 표출되는 종이신문 지면보기, PDF서비스도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뉴스를 대하는 독자들 태도를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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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도 당부드린다.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게 좋다. 그게 여의치 않다면 인터넷 지면보기를 통해서라도 종이신문 편집과 제목을 보기를 바란다. 진보지, 보수지, 중도지, 경제지 등 4~5개 언론사의 지면보기를 일견하는 데 큰 노력이 들지 않는다. 꾸준히 몇 달을 하다보면 뉴스를 보는 안목이 일취월장했음을 체감할 것이다. 사회적 어젠다를 향한 균형감이 늘게 된다. 정치·사회 전반의 진영 대립 약화도 기대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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