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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1년]야경을 잃은 거리…지금도 끝이 아니라는 절망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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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수칙 완화 첫날에도
이태원동 일대엔 적막감만
불야성 홍대도 마찬가지

편의점 "새벽손님 10명도 안돼"
대리기사 "9시 강제 퇴근"
생계 넘어 생존 위협 받아

18일 오후 8시께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골목에 적막감이 맴돌고 있다./사진=송승윤기자 kaav@

18일 오후 8시께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골목에 적막감이 맴돌고 있다./사진=송승윤기자 ka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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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 완화 첫날인 18일 오후 8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는 적막감만 맴돌았다. 500여m에 걸쳐 술집과 클럽, 라운지 바 등이 늘어선 먹자골목도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이곳에 머무는 20여분 동안 길에서 마주친 이는 6명이 전부였다. 이곳은 한때 평일에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던 서울 내 주요 상권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면서 지금의 모습은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평일에도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겨우 입장할 수 있었던 유명 라운지 바들도 대부분 폐점했다.


이날 찾은 이태원 곳곳에는 한 집 걸러 한 집꼴로 ‘임대’ ‘폐업’ 등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하라는 대로 다 했다. 더는 못 참겠다’ ‘이태원발 마녀사냥당했다’ 등의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1년간의 코로나19 사태는 자영업자에게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과 같았다. 심경은 변화무쌍해졌다. "곧 끝나겠지"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다 1·2·3차 확산이 이어지면서 실낱같은 희망은 어느새 절망으로, 이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백신도 치료제도 나오고 있지만 터널 안은 여전히 칠흑 같다.


18일 오후 9시께 찾은 서울 홍대입구역 중심 상권. 오후 9시 이후 음식점과 술집 등의 영업이 제한됨에 따라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송승윤기자 kaav@

18일 오후 9시께 찾은 서울 홍대입구역 중심 상권. 오후 9시 이후 음식점과 술집 등의 영업이 제한됨에 따라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송승윤기자 ka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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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내내 불야성을 이루던 홍대도 마찬가지. 오후 9시가 되자 음식점이나 술집에 있던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30분도 채 되지 않아 거리가 텅 비었다. 가게도 하나둘 간판 불을 끄기 시작하면서 일대는 한순간에 정전이라도 된 것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방역조치와 관계없지만 상권 붕괴로 덩달아 타격을 받은 업종도 많다. 인근의 한 편의점 업주는 "원래는 종일 편의점에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는데 코로나19 이후 1년 동안 새벽 손님이 10명도 채 안 된다"고 토로했다. 3년째 대리운전 기사 일을 하고 있는 신모(58)씨도 "하루에 2~3명 정도 호출을 받으면 그래도 많이 받는 편"이라며 "특히 오후 9시 이후엔 손님이 아예 없어 강제로 퇴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여전히 집합금지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업종은 더 큰 어려움을 호소한다. 유흥업 종사자 진모(47)씨는 "유흥업소는 거의 1년간 영업을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그럼에도 세금에 임대료까지 고정비용은 매달 나가니까 빚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통계도 넘쳐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10~11월 전국 1013개 소상공인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업체의 63.7%가 사업 환경이 나빠졌다고 답했고, 코로나19 이전(2019년)과 비교해 영업시긴과 영업일수는 변한 게 없지만 10곳 중 7곳은 매출이 줄었다고 했다. 평균 매출 감소 폭은 37.4%로 전년의 62%밖에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 소상공인 카드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의 작년 12월 마지막 주(2020년 12월28일~2021년1월3일) 전국 소상공인 매출도 전년 같은 기간의 66% 수준에 그쳤다.


생계를 넘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지만 선택지는 많지 않다. 소공연 조사에서 3개 중 2개 사업체(67.6%)가 사업을 계속 운영할 의사가 있었지만 소극적 폐업 의사(폐업 고민·폐업 예정 등)를 보인 사업체도 적지 않은 수준(31.7%)이었다. 통계청의 2020년 연간 고용동향을 봐도 지난해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16만5000명 감소한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9만여명 증가했다. 자영업자가 직원을 내보내면서 혼자 또는 가족과 일하거나 폐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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