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8년 전에도 유사사건
살인죄 미적용, 중형 선고 안돼

이번에도 처음엔 학대치사
아동 유기·방임 혐의 기소
검찰, 공소장 변경 검토나서

"정인아 미안해" 반복되는 입양아 사망 사건…비극 부른 솜방망이 처벌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유병돈 기자]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에서 가장 큰 아픔을 주는 부분은 정인이가 입양아란 사실이다. 제대로 된 부모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생후 16개월 아이를 보면서 우리 사회는 슬픔에 잠겼다. 그런데 과거에도 정인이와 마찬가지로 입양된 뒤 양부모 학대 속에 눈을 감은 아이들은 여럿 있었다. 그때마다 우리 사회는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범행을 저지른 양부모들에게 적용된 죄목은 살인이 아닌 치사였고 처벌 또한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실제 2004년 서울중앙지법에선 입양한 아이를 욕조 물 속에 넣어 사망에 이르게 한 양모에 대해 집행유예가 선고된 선례가 있다. 피고인은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의료용 압박 붕대로 양손과 발을 묶어 화장실 욕조에 홀로 둔 채 외출했다고 한다. 저녁 늦게 귀가한 뒤론 아이의 머리를 잡아 욕조 물 속에 넣기도 했다. 아이는 이날 자정께 질식사했다.

검찰은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폭행치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잘못된 버릇을 빠른 시일내 고치려는 마음에서 효과가 큰 체벌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훈육하려다 이 같은 불행한 결과에 이르게 됐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012년에도 생후 3개월 된 여아를 입양한 뒤 수차례 구타해 사망케 한 양모가 있었다.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그는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상고해 대법원 판단까지 받았다. 대법원은 상해치사 혐의를 유죄로 보고 그에게 징역 6년을 확정했다. 살인죄가 적용돼 기소가 됐다면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컸던 사건이다.

정인이를 학대한 양모에게도 살인죄는 아직 적용되지 않은 상태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우)는 양모 장모씨에게 아동학대치사와 아동 유기·방임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고, 사망에 이를 만한 위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검찰은 이러한 부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정인이 사건은 경찰이 미흡한 초동 대처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정인이가 입양된 뒤 3차례 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이를 등한시해 소중한 한 생명을 구할 기회를 놓쳤다. 경찰은 뒤늦게 수사를 진행했고, 장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마저 경찰과 같은 결론을 내리면서 여론은 더욱 들끊기 시작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전날 장씨와 양부 안모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여변은 성명을 통해 "언론에 공개된 정인이의 피해, 현출된 증거자료만 보더라도 살인죄로 의율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더불어 아동학대 사건에서 초동조사의 실효성을 확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AD

사회 전반에선 정인아 미안해 캠페인이 이어지는 등 애도의 물결도 일고 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측 제안으로 시작한 이번 챌린지는 A4 용지에 ‘정인아 미안해’ 등을 적고 인증샷을 올리는 방식의 캠페인이다. 검찰도 지난달 전문 부검의에게 이 사건 재감정을 의뢰하는 등 공소장 변경을 통해 장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