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비건 방한하자 北김여정 등판…한미에 경고장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방한 중인 가운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6개월만에 대남 비난 담화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 주목을 끌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미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메시지는 담지 않았다. 다만 비건 부장관이 3박 4일 일정으로 방한 중인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한미 양측에 보내는 암묵의 메시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협상은 장기 표류 중이다. 북한은 비건 부장관의 카운터파트가 누구라고 정확히 밝힌 바가 없다. 그럼에도 최근 북한의 대미 전략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단연 김 제1부부장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7월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북한의 향후 대미외교 방향과 협상 기조 전반을 상세히 피력했다. 그가 대남 전략에 이어 대미 전략도 총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미 대선 전 방미 가능성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제1부부장에 대해 "외교안보 뿐 아니라 당 참관 행사의 총괄기획까지 국정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건 부장관이 과거 방한할 때마다 북·미가 판문점 등에서 비공개 회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꾸준히 거론돼 왔다. 지난 7월 방한 때에도 북·미대화 재개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이 미국 정권 이양을 앞둔 '고별 방한'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도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건 부장관은 한국측 인사를 두루 만나며 한반도 문제에 대해 새로운 논의를 하기보다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와 원활한 정권 인수ㆍ인계를 염두에 두고 한미동맹 및 비핵화 전략을 당부하는 데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과거 대남 메시지에서 보여왔던 원색적인 비난이나 폭언은 없이 다소 수위를 조절한 모양새다. 담화문이 4문장에 불과하고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해 내부용 매체에 실리지 않은 점 등의 상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서해 피격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사과를 한 이후 북한이 대남 비난 메시지를 자제하며 로키행보를 이어가는 기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행동 예고보다는 경고에 무게를 둔 메시지"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80일전투, 제8차 당대회, 미 정권 교체 등 국내외 민감한 시기에 체제 훼손과 최고존엄 모독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메시지"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남한 당국의 남북간 보건의료협력 메시지에 대해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이번 담화로 인해 더욱 낮아졌다는 평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강 장관의 발언은 '코로나19 확진자 제로'라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최대 성과를 정면부인하는 셈"이라면서 "북한의 추가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백신 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범정부적인 움직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한편 북한은 올들어 김 위원장이 직접 코로나19 방역을 의제로 노동당 정치국 회의 등을 9차례 주재할 정도로 경제난 속에서도 방역에 안간힘을 써왔다. 지난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는 확진자가 없다고 대내외에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