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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있으면 뭐해요" 직장내 괴롭힘 '여전'..실효성 논란

최종수정 2020.11.24 17:56 기사입력 2020.11.2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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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0명 중 8명 '괴롭힘 신고 못해'
법 시행후 신고 4975건 중 개선지도·검찰송치 19.5%그쳐
전문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범위 좁고 처벌조항 없어"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회사에 알리고도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회사에 알리고도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직장갑질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4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갑질행위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한 개정 근로기준법은 지난해 7월16일 시행됐으나, 괴롭힘 자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 적용범위가 좁고, 처벌조항이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7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4개월 동안 신고받은 후 신원을 확인한 제보 882건 가운데 직장 내 괴롭힘 사안은 442건으로 전체의 50.1%에 달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특히 이중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건수는 86건, 19.5%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조차 하지 못한 셈이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음에도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등 의무사항(조치의무)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제보는 66건으로 76.7%에 달했다. 이뿐만 아니라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 징계, 따돌림 등 '신고 후 불이익'이 24건으로 36.4%로 집계됐다.


직장인 대부분이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더라도 그냥 참거나 회사를 그만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무 배제, 전보, 발령 등 업무상 불이익이 아닌 이상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런 세태는 정부의 공식 통계치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5000건 가량 신고가 접수됐으나, 정작 개선지도나 검찰송치 등 실질적 구제조치는 5명 중 1명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지난 7월까지 1년간 총 신고 사건은 4975건에 달했다. 하지만 신고 사건 중 대부분이 실질적 구제를 받지 못했다. 현재 처리 중인 374건을 뺀 4600여 건의 절반 가량인 2156건은 아무런 행정 조치 없이 취하됐다. 개선지도는 848건(18.2%), 검찰 송치는 53건(1.2%)으로 실제 구제 실적은 19.4%에 불과했다.


현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고도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 소재의 한 기업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김 모(29) 씨는 "2년 동안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고의적인 괴롭힘, 따돌림을 당해왔다"라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신고 절차를 알아봤는데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신고 자체도 힘들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괴롭힘이라는 게 증거가 남는 물리적 언어적 폭력도 있지만, 일부러 따돌리고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확실한 증거가 남는 게 아니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신고했다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돼 신고도 못했다"라면서 "가해자가 다 빠져나갈 수 있도록 이렇게 허술하게 만들 거면 애초에 법안을 왜 마련했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범위의 한계와 처벌조항의 미비 등으로 인해 사내 갑질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범위의 한계와 처벌조항의 미비 등으로 인해 사내 갑질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갑질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해자 및 사용자 처벌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직장 내 괴롭힘 및 폭행이 근절될 수 있도록 가해자 처벌 조항을 강제성 있게 법을 강화해 주시고 가해자를 부서 이동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전문가는 괴롭힘 발생 이후 여전히 사용자의 조사 불이행, 피해자 보호 조치 미흡, 2차 가해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한울 노무사는 지난 7월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 인터뷰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 "없는 것보다 낫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아직까지도 4인 이하 사업장이나 대표가 직접 갑질을 한다든지 이런 경우에는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신고를 받는 대상이 사용자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신고를 받고 조사를 하는 등 적절한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데 조사 불이행, 피해자 보호 조치 미흡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렇다고 하더라도 법 위반이 아니어서 제도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증 과정에서의 2차 가해도 심각하다"며 "특히 괴롭힘 같은 경우는 다른 노동법적인 문제와 다르게 서면과 같은 명확한 증거가 아닌 녹음이나 사진을 모으거나 개인의 기록이나 동료의 진술 등이 최선의 증거인 경우들이 많은데 이를 수집하는 과정도 수집한 자료를 재구성해 피해 사실의 진술하는 과정도 피해 노동자 입장에서는 힘든 과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실효성을 위해 현행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시행 이후 현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노 의원은 "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피해자 입장에서 좀 더 엄격한 적용을 하고, 적용 대상 기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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