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적금에서 60조 빠졌다…생활비 마련 or 주식 몰빵(종합)
코로나19에 자영업 줄폐업 탓
생활자금 마련 위해 중도해지 늘어
주식 투자로 자금이동 영향도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직장인 전민수 씨는 수년 간 차곡차곡 모아 목돈 1억원 만들기에 성공했다. 전 씨는 만기된 정기 예·적금에서 돈을 빼 은행 수시입출식예금으로 옮겼다. 최근 지인에게 들은 주식에 투자기 위해서였다. 시장 변동성이 커 걱정이 앞섰지만 주변 친구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에 일단 소액이라도 투자할 예정이다. 전씨는 "장기투자를 선호하지만 올해처럼 동학개미 열풍이 불면서 주식시장이 활황 일 때는 주식에 투자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주요 5대 시중은행(신한ㆍKB국민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에서 계약 기간 만료 전 중도해지된 예ㆍ적금이 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영업들이 줄폐업한 데다 저소득층 해고 등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주식 열풍에 편승해 예ㆍ적금까지 깨면서 투자에 나선 영향도 한몫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예ㆍ적금 누적 해지금액은 60조46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55조9544억원에 비해 8.05%(4조5067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해지 건수도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512만5574건으로 전년 동기 488만3660건 대비 4.95% 늘었다.
코로나19에 자영업 폐업 속출
생계 어려워 생활비 대고자 중도해지
예ㆍ적금 해지는 기본적으로 생활비 부족 등 생계가 어려운 영향이 크다. 특히 올해 코로나19로 폐업, 실직 등 이유로 가정경제가 힘들어져 해지가 는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돈에는 ‘꼬리표’가 없기 때문에 예ㆍ적금 계좌에서 돈이 빠져 나간 이유를 정확히 알 길은 없으나 폐업이나 실직 등으로 급전이 필요해 예ㆍ적금 통장을 깬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지난해 10월보다 42만명 넘게 줄었다.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상용 근로자는 1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임시ㆍ일용직은 각각 26만명, 6만명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저소득층 가정경제에 더 큰 피해를 줬다는 얘기다.
초저금리 오히려 돈 넣어봐짜 손해
빚투 열풍 타고 통장 주식투자로 대거 이동
다만 올해는 특이한 현상이 발견된다. 한쪽에선 생계가 어려워 예ㆍ적금에서 돈을 빼 쓴 데 반해 다른 쪽에선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 이후 불이 붙은 주식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자금을 이동시킨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지난 3월에만 5대 은행에서 빠져나간 예ㆍ적금 해지금액이 8조3155억원에 달했다. 이 돈 전부가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고는 단정할 수 없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5조4743억원)과 비교해 3조원 가까이 예ㆍ적금 해지가 는 건 코로나19 창궐과 주식시장 폭락 말고는 딱히 설명할 길이 없다. 지난 2월과 비교해 봐도 5조7859억원에서 1개월 사이 약 2조5300억원의 돈이 더 빠져나갔는데 이중 상당수가 주식시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런 월별 예ㆍ적금 해지 건수와 금액은 지난 6~10월에도 전년 동월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다. 이 기간은 상반기 때보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졌으나 SK바이오팜(7월), 카카오게임즈(9월), 빅히트(10월) 등 시장의 관심을 받은 회사들의 기업공개(IPO)가 잇따랐다. 공모주 1주를 받으려면 최소 2000만원의 증거금을 넣어놔야 할 정도로 신규 주식 청약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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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모은 돈을 모두 주식에 ‘몰빵’한 개인들이 단기간 돈을 버는 경험을 하면서 예ㆍ적금 금리에 만족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한국판 뉴딜정책, 코로나19 백신 가능성, 미국 대선 종료 등 여러 재료들로 주식시장이 상승 분위기여서 당분간은 예ㆍ적금에 머물던 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갈 것 같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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