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처우 개선, '배송비 인상'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권익위 "국민 70%, 택배기사 처우 위해 배송비 인상 감내"
일부 시민들, 택배기사 처우 개선 공감…택배비 인상은 '우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택배비 인상으로 기사들 처우 개선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택배 기사들이 과로 등 격무에 시달리면서 숨지는 사고가 이어지면서 택배종사자 근로환경 개선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 10명 중 7명이 택배 기사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배송비 일부 인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기사들의 노동 환경 처우 개선에 공감하지만, 이런 비용을 사측에서 부담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총 16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생각함 온라인 의견' 조사 결과 응답자의 73.9%(1203명)가 택배 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택배비 일부 인상에 동의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응답자의 73.9%는 택배비 일부 인상에 대해서도 '택배 종사자 처우개선 등에 사용된다면 동의한다'고 답했다. 택배 종사자의 산재보험 의무가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5.9%가 동의했다. '종사자의 과도한 근로 시간을 줄여야 하는가'라는 물음에는 95.6%가 찬성했다.
택배 분류 업무와 배송업무의 분리 여부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93.4%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107명(6.57%)으로 집계됐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 사망 사례는 올해 총 8건 발생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강북구에서 배송업무를 하던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모씨(48)는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김씨는 약 20년 경력의 택배노동자로 유족에 따르면 특별한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가 김씨 동료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씨는 매일 오전 6시30분 출근, 오후 9~10시 퇴근하며 하루 평균 택배 물량 약 400건을 배송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가운데 택배기사 처우 개선은 당연히 찬성하지만, 기사들의 노동 환경 개선에서 수반되는 비용 발생을 택배비 인상으로 돌리는 것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평소 택배를 자주 이용한다고 밝힌 4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택배 회사에서 부담해야 하는 택배 기사들의 처우 환경 개선 부담 금액을 '택배비 인상'을 통해 결국 소비자들에 그 부담을 돌리는 것 아닌가"라면서 "보통 직원 복지 등 사내 복지는 회사에서 다 부담하지 않나, 이건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30대 회사원 이 모 씨는 "택배 기사들의 고충은 이해한다, 다 공감한다"면서도 "택배비를 인상해 근로자 환경을 개선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건 회사 문제 아닌가, 원래 회사에서 잘했다면 기사들의 과로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고 택배비 인상은 하지 않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20대 대학생 박 모 씨는 "대학생들의 경우 택배비 인상은 직장인들과 달리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면서 "(택배) 기사들의 고충은 이해가지만, 이렇게 해결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택배 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 택배비 인상 등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택배단가 인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택배 기업마다 입장이 각각 달라 업계 구조를 고려할 때 단가 인상보단 비용 절감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평가다. 또 업체 간 비용 담합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위험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택배 요금 인상안과 관련해 택배기사나 대리점, 본사 입장간 차이를 조율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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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양종삼 권익위 권익개선정책국장은 "국민생각함 국민의견을 종합해보면 '조금 늦더라도, 조금 더 내더라도, 안전이 우선'으로 귀결된다"라며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국민의견과 택배 종사자 간담회에서 제시된 의견 등을 종합하여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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